민주당, 대법원 압박 법안 5개…법조계 "이재명 대법 만드나"

2025-05-14

더불어민주당이 14일 대법원 압박용 법안 5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상정했다. 이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시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시켰고 나머지 4개 법안은 법안소위에 회부했다. 법조계에선 이들 법안이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우려했다.

20년간 외면받은 상고제도…이제는 “대법관 100명 증원”

이날 상정된 법안은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법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 2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 허용법)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5건이다.

이 중 법원조직법 개정안 2건은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각각 30명, 100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제안 이유로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 “구성의 다양성”을 들었지만, ‘이재명 대법원’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왔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관 증원 논의는 20년 넘게 나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는 대신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2023년 6년에 걸쳐 대법관 4명을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입법 의견을 냈으나 추진되지 못했다. 두 법안 모두 법원에서는 회의론에 맞닥뜨렸고 국회에서는 관심받지 못했다.

두 방안은 모두 사건 적체를 해결하지 못할 거란 지적을 받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사위에 출석해 “재판 지연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법관 수를 대폭 증원한다고 하면 오히려 모든 사건이 상고되어 재판 확정은 더더욱 늦어질 수 있다”며 “특히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마비되어 버리기 때문에 법령 해석 통일 기능이 마비되어 버린다”고 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도 ▶전원합의체 운영의 어려움 ▶사건 폭증 우려 ▶대법관 구성 다양성 보장의 한계 등을 지적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몇 명의 증원이 적절한가, 어떻게 증원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 없이 단순히 대법원을 통제하겠다는 차원에서 나온 안이라면 졸속적인 입법이 될 수 있다”며 “합리적인 증원 방안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돼야만 한다”고 했다.

대법 사건 헌재가 취소…“사실상 4심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재판소원’을 허용해, 헌재가 법원 재판을 취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고 규정해 개인 권리구제 사건은 법원이 3심제를 통해 맡도록 했다.

1988년 헌법재판소 발족 때부터 헌법소원 대상에서 ‘재판’이 빠진 이후 헌재는 결정례에 따라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재판소원이 허용되고 있다. 1997년과 2022년 단 두 차례만 헌재가 법원 결정을 취소했다.

천대엽 처장은 이날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헌법 규정에 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건이 4심에 가서야 장구한 세월과 노력, 심리적 스트레스를 거쳐 확정된다면 재판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렵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국민들에게 유익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헌재 역시 헌법소원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정례를 여러 차례 재확인했다. 가까이는 2018년에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재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일괄 각하 결정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재판소원을 인정하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경우 계류 사건의 90%가 재판소원인데, 지금 상태에서 재판소원을 허용한다면 헌재가 기능 마비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조직을 2배 이상 늘려야 하는데 이는 개헌 사항”이라고 말했다.

천대엽 “법관이 수사 대상 전락하면 소신 재판에 어려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허위사실공표 적용 대상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이다. 이 후보는 ‘행위’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지난 1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받았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 후보는 향후 파기환송 재판에서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앞서 이 후보는 이 조항에 대해 “후보자의 행위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받는다는 조항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에 이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기도 했다. 해외에도 유사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민주당에서는 해외의 경우 한국보다 해석 범위가 좁다고 주장한다.

이날 상정된 법안 중 법조계 우려가 가장 큰 건 ‘조희대 특검법’이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재판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는 건 부정적”이라며 “삼권분립을 지키기 위해 자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천 처장은 이날 “법관이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권력의 외압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재판을 통해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사후에 조사 또는 수사를 받는 대상으로 전락해버리면 누구도 자유롭게 소신껏 우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법사위에서는 대법원장 상대 청문회가 열렸지만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등 핵심 증인들이 사유서를 내고 불출석하며 일찍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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