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2021~2022년 총파업을 벌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고발한 사건을 놓고 법원이 다음달 첫 판단을 내린다. 당시 공정위가 노조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논란이 일었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를 규제하는법률이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15부 박찬범 판사 심리로 진행된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서 검찰은 화물연대에 대해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사건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확대 적용을 요구하며 집단 운송 거부로 총파업을 벌인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물기사들의 최저임금 격인 안전운임제 관련해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2022년까지 파업이 이어졌고, 윤석열 정권이 강경 대응을 선언하자 공정위가 직권조사에 나서는 등 매우 이례적으로 노조 파업에 개입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화물차주들에게 운송 거부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2022년 12월 2~6일 세차례에 걸쳐 서울 강서구 화물연대 사무실 등에 대해 부당공동행위 현장 조사를 하려 했는데, 이때 노조가 공정위 직원들의 사무실 진입을 막아 조사를 방해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조직 차원에서 (조사 거부·방해가) 결정·실행됐으며 이에 따라 공정위의 원활한 조사 진행이 방해됐다”며 고발했고, 검찰은 공정거래법 규정을 적용해 2023년 8월 이들을 기소했다. 공정위의 현장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쟁점은 화물연대가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인 사업자단체인지 여부였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설립신고필증을 받은 노조법상 노조’가 아니라며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고 봤고, 검찰도 이 주장을 받아들여 그대로 기소했다. 화물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지위에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화물연대는 자신들이 헌법상 노동3권이 보장되는 노조이며, 공정위 고발과 검찰 기소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고)의 노동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피고인석에 앉은 김동국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옛날엔 화물 노동자들이 짐을 배차받으려면 그 회사나 직원들에게 잘 보여야했고, 말 한번 안 들었다고 차에서 무한정 대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노조가 생기기 전엔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고 말문을 뗐다. 김 위원장은 “노조가 생긴 뒤에야 화주나 운송사들 갑질을 막고,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며 “공정거래법은 대기업들의 담합을 처벌하기 위한 법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 이익을 위해 담합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피고인들을 대리한 조현주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화물연대는 지난 20년 동안 화물운송노동자들의 희망이었다”며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해서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한 게 당시 핵심 행위인데, 이것을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하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5일 이들에 대한 선고기일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