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뉴스는 아예 안 봅니다. 보면 신경질만 나고 스트레스받는데 그걸 왜 봅니까? 예능프로하고 스포츠 중계만 봅니다. 이번 대선투표요? 찍을 사람이 없어 투표 안 하고 아예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을 해 보았다.
“아니, 그래도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대선후보 공약도 확인하고 TV토론도 보시고 관련뉴스도 챙겨보면서 누구를 찍을지를 선택하고 투표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투표를 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국민의힘 후보자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 마치 대통령이 된 듯한 야당 후보를 보면 어차피 결론이 난 게임 같아서 투표할 마음이 싹 없어지더라구요.”
청년층들에게도 “이번 대선 투표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대선 투표를 언제 하는데요?” “나라만 잘 살게 해준다면 누가 대통령 되어도 상관없는데 그런 대통령 후보가 없는 것 같아서요.”
6월3일 치러지는 21대 대선 유권자 중 50대(지난해 말 기준 870만6,37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0대(781만8,783명) 노년층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원래 정치에 무관심한 편인 20대 청년층에서조차 이러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6.3 대통령 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85%를 상회한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싶다.
투표안하고 놀러 가겠다는 사람들이 정말 주변에 지천이라면 투표율이 70%에도 못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라고 믿어본다.
그러면 투표안하고 여행이나 가겠다는 정치 무관심, 더 나아가 정치 혐오층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과연 어떤 대통령일까. 한마디로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경제 대통령이다. 나라 살릴 수 있는 경제 대통령감이 있으면 아마 그들은 반드시 투표장에 가겠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대통령 후보들 중에는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통령감이 없다는 데 더욱 안타까움이 더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18일 진행된 경제 분야 대선 후보자 1차 TV 토론회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등이 참석해 ▲서민경제 ▲미국 관세대응 ▲정년연장 및 주 4.5일제 ▲원전-재생에너지 ▲AI·첨단산업 및 지방규제 완화 ▲북핵 대응 ▲미중일 등 주요국 외교통상 대응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토론회 내내 4명의 후보가 위의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주고받는 질문과 대답을 들으며 이준석 후보 정도 빼고는 아니 저렇게 경제에 대해 개념도 없고 심지어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후보들이 어떻게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섰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대미 통상 관련해선 어떤 후보는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약탈이니까 협상하지 말고 경제주권을 내세워 무조건 맞대응하자고 하는가 하면, 어떤 후보는 AI산업에 100조 원을 투자하자면서 거기에 필요한 전력수요를 풍력개발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탄력적인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자고 하니 오히려 주당 40시간을 얘기하는 후보도 있었다. 4명의 후보가 나름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통령감이라는 확신을 주기에는 다들 너무나 부족했다.
그나마 본인의 주장하는 대로 경제 과학 대통령 적임자라는 이준석 후보만이 그래도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현실과 앞으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나름의 로드맵을 거시적, 미시적 차원에서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문제는 이준석 후보의 아직 10% 미만 대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 이준석 캠프에선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3자 대결 구도라면 해 볼 만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희망 고문일 뿐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지율 1위의 이재명 후보, 2위의 김문수 후보 중 경제 대통령감은?
우리가 해결해 나아가야 할 경제분야 주요 현안은 ▲트럼프 관세전쟁 등 대미통상문제 ▲미국의 민감국가지정해제 ▲기업투자활성화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대책 ▲75년 만의 상속세개편 ▲초고령화사회 정년연장 ▲신원전시대를 맞아 SMR(소형원전)사업육성 ▲최근 재발된 부동산 양극화 ▲스테이블 코인제도 도입 ▲심화된 기후변화에 대응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후 우리의 역할 ▲9조 로봇주차시장 육성 ▲청년실업 해결책 ▲연금개혁 ▲저출산 고령화 문제 ▲의료개혁 등인데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대통령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통령 후보들은 모르면 공부하고 유능한 경제전문가를 영입해서 경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정치는 국민들을 편안하게 살게 하는 것이 목표이고 그러려면 경제가 살아야 한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