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산길도, 깊이 80㎝ 강물도…거침없는 '정통 오프로더' [별별시승]

2024-10-30

28일 강원도 인제군에서 이네오스 그레나디어를 타고 해발 1117m에 달하는 한석산 정상에 올랐다. 아침 일찍부터 내린 비로 오르막 산길은 진흙탕으로 변했고 곳곳에 움푹 패인 구덩이와 차 바퀴만 한 바위들이 펼쳐져 있어 극한의 주행 환경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레나이더에게는 이런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거침없이 험로를 오르며 ‘정통 오프로더’의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그레나디어가 동급 최고 수준의 오프로드 성능을 갖추게 된 배경은 혹독한 개발 과정에 있다. 그레나디어 제조사인 영국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는 모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핀란드 등 15개국에서 180만㎞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레나디어 개발을 위해 지구 45바퀴(1바퀴 약 4만㎞)를 달린 셈이다. 그레나디어는 고온의 사막과 가혹한 추위의 북극권 등 다양한 기후와 지형 조건에서도 오랜 시간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차량은 3톤 넘는 묵직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한석산에 오르는 내내 힘겨운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앞좌석 머리 위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오프로드 모드’가 활성화돼 수월한 주행을 지원한다. 전자제어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바퀴 접지력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이때 불필요한 차량 경고음을 최소화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면 차량 바퀴 등 사각지대를 확인하기 위해 안전벨트를 잠시 풀더라도 벨트 착용을 재촉하는 경고음이 나오지 않는다.

산길을 내려올 때는 ‘다운힐 어시스트’ 기능을 활용해 무난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급한 내리막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스스로 바퀴를 제동하기 때문이다. 주행 상황에 맞춰 핸들에 있는 버튼을 눌러 최대 시속 25㎞ 속도까지로 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속도나 제동에 신경 쓰지 않고 전방 지형지물을 피하기 위한 조향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인제스피디움 내에 문을 연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오프로드 파쿠르’에서도 묘기에 가까운 성능을 보여줬다. 그레나디어는 사람조차 오르기 어려울 것 같은 33도 경사의 장애물 코스를 단번에 통과했다. 심한 차체 흔들림을 유발하는 통나무 코스와 철길 코스, 자갈길도 유유히 빠져나갔다. 최고 수심 80㎝ 깊이의 도강 코스도 무난하게 지났다. 이러한 주행 조건에서도 그레나디어는 강력한 서스펜션, 섀시로 차체 튀틀림을 차단하고 소음을 최소화했다.

그레나디어를 몰고 일반 포장 도로를 밟았을 때는 부드러운 주행감이 돋보였다. 가속을 하면 직렬 6기통의 특유의 호쾌한 엔진음과 함께 시원하게 달려 나간다. 1152ℓ의 넉넉한 적재 공간도 갖추고 있어 자전거나 캠핑 기구 등 야외 활동에 필요한 물건을 싣기에 충분해 보였다.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2035ℓ의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레나디어의 외관은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각진 박스형 다지인과 커다란 덩치는 오프로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 자체를 보여준다. 실내로 들어서면 직관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이 눈에 띈다. 특히 요즘 차에서 접하기 어려운 아날로그 감성을 적재적소 녹여낸 것은 그레나디어만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큼지막한 버튼들이 차량 중앙부터 운전자 머리 위까지 곳곳에 배치돼 있어 마치 항공기 조정석에 앉아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기다란 수동식 사이드 브레이크와 중앙 디지털 나침반 등으로 멋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일부 운전자들이 불편을 느낄 만한 요소도 있다. 그레나디어는 1억 원 넘는 고가의 차량이지만 시트에 전동식으로 위치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또 자체 내비게이션을 두지 않아서 스마트폰 연결이 필수적이다. 후방 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화질은 다른 경쟁차종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라 주차를 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레나디어 수입사인 차봇모터스의 정진구 대표이사는 “오프로드 차량은 극한의 상황까지 고려해서 만들어진다”며 “차량 내 전자적인 요소들이 고장나면 부품을 바꾸지 않고선 고치기 어렵기 때문에 기계적인 장비를 우선시해서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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