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미는 방산 분야에서 '윈-윈'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방산 수출을 많이 할수록 국제 공급망도 확대돼 한반도 유사시 이를 다시 지원받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센터장은 26일 발간된『문답으로 풀어본 트럼프와 한반도』에서 "불확실한 국제정세로 인해 당분간 방산 시장은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취임하자마자 관세 폭탄을 던지며 동맹과 우방을 압박하는 트럼프와 상생의 분야를 개척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취지다. 『문답으로 풀어본 트럼프와 한반도』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맞아 전직 국방부 차관, 현직 국책연구기관장, 민간 싱크탱크 소장을 비롯한 외교안보 전문가 21명이 공저자로 참여해 한국이 직면한 외교·안보·통일 이슈의 해법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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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79개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됐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한국의 과제는?', '트럼프 2기 미·중 경쟁에서 한국의 전략은?', ;트럼프 2기 보호 무역주의의 특징은?' 등 조만간 한국이 맞닥뜨릴 현실적인 과제에 대한 조언이 담겼다. 미국 신정부 출범 뒤 불과 한 달 여만에 '트럼프 맞춤형 전략서'를 내놓은 공저자들은 "국내 중견 연구진의 협력으로 연구 역량을 확충하고, 집단 지성의 인프라를 만들어 내며, 한국이 직면한 외교·안보·통일 이슈에 대한 인식을 국민과 공유하는 의미가 있다"고 발간 취지를 밝혔다.
1부 '트럼프 2기, 한국의 외교'편에서는 한·미 관계와 한·중 및 한·일 관계, 한·글로벌 파트너 협력, 경제안보 분야의 과제를 34개 문답으로 정리했다. 2부 '트럼프 2기, 한국의 안보'편에서는 국방 정책, 북핵 및 글로벌 안보 현안을 29개 문답으로 분석했다. 이어 마지막 3부 '트럼프 2기, 한반도 통일'편은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을 16개 문답으로 풀이했다.
책에선 특히 북한의 다양한 위협에 대한 대응 전략을 비중 있게 다뤘다.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 재래식 전력의 핵심인 육군의 경우 전력의 약 70%를 평양-원산선 이남에 배치해 기습공격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유사시 조기에 전쟁을 종결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위해 기습공격, 배합전, 속전속결을 중심으로 한 재래식 전략과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전략을 다양하게 배합해 구사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또 "북한은 핵전력 외에도 대규모 재래식 전력으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장사정포의 현대화와 무인기 개발, 사이버 역량 강화를 통해 첨단 무기체계 경쟁에 뒤처진 것을 만회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칭 전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첨단 전력에서 우위를 점해도 북한에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할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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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북·러 협력이 '시한부'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통일학연구원장)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고자 하는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위한 기술과 핵추진 잠수함 개발 기술, 정찰위성 관련 기술 등 모두 미국 본토 타격에 필요한 것"이라며 "러시아가 이런 기술을 이전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도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이데올로기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고 권위주의와 일인체제라는 특성만 공유하는 북·러 협력이 지속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북 및 통일 정책과 관련해 북한이탈주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국내외의 흔들리는 대북 정책을 바로 잡는 첫걸음이 바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탈주민 출신이 정부 각료로 임명된다면 남한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통일 담론을 주도할 수 있고 '통일은 한국이 주도한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와 주요국에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