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중의원·참의원 동시 과반 실패
양극화 등에 불만 여론 커…극우 포퓰리즘 참정당 약진
당내 ‘이시바 퇴진론’…국민민주당과 연정 추진 전망도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이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과반 달성에 실패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당내 퇴진 압박에도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당분간 선거 참패 책임을 둘러싼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NHK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날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39석, 공명당은 8석을 얻어 양당 합산 47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자민·공명당은 이번 선거에서 50명 이상을 당선시켜야 비개선(투표 대상이 아닌 의석) 75석을 더해 과반(125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참의원은 3년마다 정원 248명의 절반을 교체한다. 이번 선거에선 보궐 1명을 더해 125명을 새로 뽑았다.

NHK는 자민당 중심의 연립정부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동시에 과반을 지키지 못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자민·공명당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233석)에 미달하는 215석을 얻었다.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여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았다. 고물가, 실질임금 감소, 양극화 심화 등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았다. 쌀 부족 사태와 쌀값 급등도 여당에 불리한 요인이었다.
‘일본인 퍼스트’ 구호를 앞세운 극우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 참정당이 약진하며 자민당 지지 기반인 보수 유권자 표가 분산되기도 했다. 참정당은 기존 1석에 불과한 군소정당이었으나 이번 선거를 거치며 15석을 확보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단히 엄중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면서도 “국정에 정체를 초래하지 않겠다”고 말해 총리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대미 관세 협상, 고물가 대책 등 현안을 나열하며 “선거 결과에 대한 중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정치를 정체시키지 않도록 제1당의 책임, 국민 여러분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민당 중진을 중심으로 이시바 총리 퇴진이 거론되고 있어 선거 참패의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소 다로 전 총리는 “총리직 유지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위에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선두를 다퉜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지난 18일 “다시 한번 자민당의 척추를 바로잡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시바 총리 사임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참정당 외에도 국민민주당이 17석을 새로 얻으며 약진했다. 국민민주당은 비개선 의석 5석을 포함해 의석을 기존 9석에서 22석으로 늘렸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투표 대상 의석수와 같은 22석을 얻어 기존 의석수(38석)를 유지했다. 공산당은 3석을 얻는 데 그쳐 총 11석에서 7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지지자 이탈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자민당은) 수권정당으로서 수명이 끝났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이번 선거로 일본 정치의 다당화가 진전됐다”면서 “일본 정치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자민당이 국민민주당을 연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이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에게 총리 자리를 제안해 자민·국민민주·공명당 연정을 만드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다마키 대표는 “국민이 거부 의사를 표한 정당과 연립을 맺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자민당이 정계 개편을 주도하기 전에 입헌민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는 식으로 ‘선공’을 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