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종합기술은 1963년 건설부 산하 공기업으로 설립된 엔지니어링 업체다.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잇따라 추진된 대형 건설·토목 공사의 설계를 맡았다.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소, 여의도 종합개발, 서울 지하철1호선, 경주보문단지, 광양항, 중부고속도로, 올림픽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에 참여했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1997년 한진중공업에 매각됐지만 모기업의 경영 악화로 2017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한국종합기술은 다른 기업이 아니라 임직원들에게 인수돼 종업원 지주제 기업으로 거듭났다.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김영수 한국종합기술홀딩스 대표는 18일 서울 강동구 본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때를 회고하며 “남의 손에 넘어가게 두느니 차라리 우리가 직접 운영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며 “전 노조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으면 얼마든지 회사를 인수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회사 인수 과정을 기록한 책 ‘직원들이 회사를 샀다’를 최근 펴낸 그는 “결국은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똘똘 뭉친 임직원들의 단결력과 애사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회사 매각과 인수 과정에서 임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고용 승계였다. 유력 인수 대상자로 떠오른 건설사에 매각될 경우 구조조정에 이어 대량 정리해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여러 기업들이 매수 의사를 타진한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최종 인수대상자로 우리사주조합이 선정됐다. 한국종합기술 전체 임직원 1100여 명 중 830명이 1인당 5000만 원을 출자해 총 410억 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고 모자란 금액은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전체 발행 주식의 53%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 최초로 종업원 지주회사가 탄생한 순간이다.
김 대표가 맡고 있는 홀딩스는 한국종합기술 인수 직후 설립된 지주사다. 임직원으로 구성된 한국종합기술 엔지니어협동조합이 홀딩스의 최대주주다. 이를 통해 소유와 경영이 철저하게 분리됐다. 김 대표는 임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지주사 대표로 선출됐지만 임기가 끝나면 다시 자신이 소속된 한국종합기술 토목시행부 상무로 돌아간다.
책에는 한국종합기술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후부터 종업원 직접 인수 선언, 자금 조달의 어려움, 경영진의 인수 반대 등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최종 인수되기까지 전 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지주제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여럿 있었지만 단순히 임직원이 회사 주식을 소유한다는 개념을 넘어 ‘구성원 모두가 회사를 경영한다’거나 ‘구성원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곳은 아직도 한국종합기술이 유일하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종업원 지주회사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다. 그는 “임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노조위원장 겸 우리사주조합장 신분으로 전면에 나서긴 했지만 여전히 회사 내에서는 입사 13년 차 과장 신분이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다”며 “대출이 안 되거나 지연되면서 직원 중 100명 정도는 중도 이탈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전례가 없는 종업원 지주회사로 운영되면서 경영에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김 대표는 “‘노조에 먹힌 회사’라거나 ‘주인 없는 회사’라는 오명이 씌워져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한동안 매출이 급감했다”면서 “한동안 ‘출자 안 한 직원이 승자’라는 말까지 나돌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임직원들이 회사 주인인 만큼 임금·단체협상이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으나 노사 협상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고 한다. 김 대표는 “주주인 노조원 입장에서 회사 수익이 커져야 출자배당금도 높아지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한국종합기술 대표를 제외하기로 했다”며 “영업이익은 임금 인상분, 성과금, 유보금으로 분배하기로 합의된 상태였고 회사 운영부터 지출까지 전 과정이 투명하기 때문에 임단협에서 노사 간 큰 이견은 없다”고 전했다.

올해로 종업원 지주회사 설립 8년 차를 맞은 한국종합기술은 2017년 대비 매출액과 직원 수가 2배가량 늘어났고 계열사 2곳을 둔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사업 운영 방식이라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며 “지난해 흑자 전환에 이어 올해 조합원들에게 첫 배당금 지급을 준비 중일 정도로 안정화됐다”고 했다. 이어 “임직원들에게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 차원에서 정년 연장도 논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신규 채용 확대와 더불어 기업 문화를 선도한다는 생각으로 정년 연장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매년 1년씩 정년을 늘려서 현재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종업원 지주회사의 확산을 꿈꾸는 그는 “제2·제3의 종업원 지주회사가 생겨나 한국에도 다양한 기업 경영 방식이 공존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혹시라도 종업원 지주회사를 고민 중인 기업이 있다면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경영 시스템을 전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