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의 변신

2024-09-24

지난 7월 개봉한 이후 입소문을 타고 관객층이 더 두터워지는 영화가 있다. 독일 영화감독 빔 벤더스의 예술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다. 영화는 공원의 공중화장실 청소원인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일상을 그렸다. 허름한 단독주택에서 혼자 사는 주인공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충만하다. 출근길과 퇴근길에 운전하는 차 안에서 카세트테이프로 올드팝을 듣고, 샌드위치로 해결하는 점심시간에는 낡은 필름카메라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찍는다. 퇴근후에는 대중탕에서 몸을 씻고 단골 선술집에 들러 한 잔, 돌아오는 길에 헌책방에서 사온 문고본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다. 그러나 반복되는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아름답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주인공의 시간을 통해 전해지는 ‘일상’의 소중함과 의미를 전하는 메시지 덕분이다.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또 있다. 영화가 제작된 배경이다.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는 프로젝트 영화다. 그것도 공중화장실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다. 그 흔한 공원 안 공중화장실을 떠올리면 프로젝트의 배경이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도쿄도는 2020년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시부야구에 여러개 공중화장실을 새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 배경과 과정이 놀랍다. 이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공중화장실은 17개. 이들을 안도 타다오, 이토 도요를 비롯한 세계적 건축가들과 디자이너에게 맡겼다. 밖에서 안이 훤히 보이지만 사람이 들어가 문을 닫으면 불투명 유리로 바뀌는 화장실, 지역 숲에서 자라는 버섯에서 영감을 받은 버섯모양 화장실, 일본 전통가옥의 처마에서 영감을 받은 타원형 지붕 화장실 등 아름다운 예술작품 17개 화장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도쿄의 새로운 명소가 된 이들 화장실을 더 널리 알리겠다고 나선 것은 ‘일본재단’이다. 재단은 빔 벤더스 감독에게 다큐 제작을 의뢰했다. 그러나 현장을 둘러본 감독은 다큐가 아닌 픽션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며 극영화로 제작했다.

프로젝트로 제작된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 모양이다. 세계 각국에서 도쿄 화장실을 보기 위해 젊은 세대들이 몰려오면서 ‘도쿄 화장실 셔틀 투어’ 상품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동쪽과 서쪽코스로 나누어 공중화장실만 돌아보는 이 투어 상품 가격은 4950엔. 2시간 동안 대형 택시를 타고 돌며 화장실 건축물을 관람한다.

냄새나고 음습한 공간. 공중화장실의 이미지는 공통적이다. <도쿄 공중화장실 프로젝트>는 그러한 이미지가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도시의 품격과 브랜드 가치를 높인 새로운 발상, 그 성과가 흥미롭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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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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