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 체육 국가 예산이 늘어야 한다. 시니어들은 액티브한 많은 종목을 하고 싶어한다.” <박채희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노인에게 운동은 생존이다. 운동은 뇌 노화를 예방하고 치료한다. 뇌가 발달하면 균형감각, 근력도 좋아진다.” <이재구 삼육대 교수>
지난 20일 ’건강한 노년의 삶과 노인체육’이라는 주제로 열린 ‘더코리아스포츠포럼’에서 발제한 교수들이 한 말이다. 이들은 노년 체육의 중요성과 실제 운동 효과, 치매 등 뇌질환과의 관련성과 회복사례 등을 다양하게 소개하며 시니어 체육 지원 정책이 체계화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시니어 체육과 관련된 흥미로운 발표가 있었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 EIM(운동이 약·Exercise is Medicine) 단체는 고령사회를 조준한 새로운 보건전략을 발표했다. ‘EIM 액티브 에이징 이니셔티브’ 명명된 전략의 핵심 개념은 의료와 체육을 통합해 고령자 활동성을 유지하고 사회 전체 건강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운동 캠페인을 넘어선 ‘정책 시스템 구축’ 전략이며, 고령화가 심화되는 한국 사회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모델이기도 하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노인 낙상 위험을 30% 이상 줄이며,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지연시키고, 약물 복용량과 만성질환 관리 지표까지 개선시킨다. EIM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신체활동이 증가할 경우 외래진료비는 6개월 내 평균 23% 감소하며, 입원율도 17% 감소한다. 의료비 지출 절감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열쇠가 ‘신체활동’이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2030년 미국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가 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유산소 운동 권장 기준(주 150분 이상)을 충족하는 비율은 고작 12%, 근력운동 권장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는 8%에 불과하다. 시스템 차원 개입이 없을 경우, 노인의 비활동성이 곧 국가 의료비 폭증으로 직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4년 기준으로 한국 65세 이상 인구는 약 95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5%다. 통계청은 2045년이면 그 비율이 36.7%에 이르러 세계에서 최고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리라 내다본다. 국민체육진흥공단 2023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정기적 체육활동 참여율은 23.4%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걷기, 가벼운 체조, 간이 스트레칭에 치중돼 있다. 2024년 현재 지자체 단위의 노인 전용 체육 프로그램은 전체 생활체육 프로그램의 8% 미만에 그친다. 이들 프로그램 대부분이 비의료적 체계로 운영되며, 운동 효과에 대한 평가나 처방, 지속성 확보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노인을 위한 운동이 일회성 여가 수준에 머무르는 셈이다.
‘노인체육’이란 말은 과거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액티브 시니어 정책’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의료-운동-지역이 연계되는 운동처방 연계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지역별 고령자 건강체육센터 설치를 의무화하고, 물리치료사·운동처방사·체육지도자를 팀 기반으로 배치해야 한다. 의료기관 내 운동처방 활성화를 위한 보험 수가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의사의 운동 처방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노인 운동 정책은 더 이상 ‘실버 복지’의 하위 항목이 아니라, 복지 비용을 줄이고 건강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보건경제 전략의 핵심이어야 한다.
‘걷는 노인은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말은 데이터로 입증됐다. 고령자 개인에게 운동은 자존감이자 삶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수단이다. 노인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려면 사회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체육정책은 오늘의 노인을 위한 것이자, 내일의 우리 모두를 위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