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박사’ 석주명과 제주

2024-09-25

김승종 논설실장

석주명 선생은 우리나라 나비 연구의 선구자다.

‘나비 박사’로 불리는 그는 1930년대 초부터 1950년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75만 마리의 나비를 채집·고찰, 한국산 나비를 248종으로 분류해냈다.

▲1908년 평양 태생인 석주명 선생은 송도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축산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 가고시마고등농림학교로 유학을 떠난다. 하지만 그는 일본 유학 중 축산학보다 곤충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유학을 마치고 교사가 된 그는 1931년 자신의 모교인 송도고보로 자리를 옮긴 후 전국 각지로 나비 채집 여행을 다니면서 나비 학자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된다.

그 후 1940년 영국 왕립 아시아협회의 의뢰를 받아 출간한 ‘조선산 접류 목록(A Synonymic List of Butterflies of Korea)’으로 세계적인 나비 학자로 명성을 얻게 된다.

그는 연구 대상을 한반도의 나비로 한정했고, 한국산 나비의 우리말 이름짓기에도 앞장섰다. 해방 이후 그가 직접 만들거나 정리한 한국산 나비 248종의 이름은 1947년 조선생물학회를 통해 최종 확정됐다.

▲석주명 선생이 1930~1940년대 한반도에서 수집한 곤충표본 120여 점이 90년 만에 일본에서 귀환했다. 일본 규슈대학교가 그의 곤충표본을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에 25일 기증한 것이다. 이번에 귀환한 곤충표본은 그가 일본 곤충학자와 교류하면서 기증 또는 교환 등의 형태로 규슈대 연구실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국립과학관에 보관돼 있던 그의 나비 표본 15만여 점은 6·25 때 완전 소실됐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그의 여동생 석주선이 기증한 32점뿐이었다. 이 표본들은 국가등록문화재 610호로 지정돼 있다.

▲석주명 선생은 제주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1943년 3월부터 1945년 5월까지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현 제주대 아열대농업연구소)의 소장으로 재직한 것이다.

그는 이 때 제주 전역을 답사하며 나비 연구뿐만 아니라 제주의 자연과 방언, 인문 분야 등을 연구하며 많은 업적을 남겨 제주학의 선구자로 평가 받기도 한다.

그의 저서인 제주도방언집(1947년), 제주도의 생명조사(1949), 제주도 관계문헌집(1949) 등은 ‘제주학(濟州學)’ 연구의 기초 자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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