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미래농업, 형용사에서 명사로

2025-08-14

[전남인터넷신문]“미래 농업 밑그림 그린다…국제농업박람회 중간 보고회 성료”, “전남 광양시, 미래농업 인재 양성으로 지속가능한 농촌 비전 실현”, “전남 고흥군·순천대, ‘그린스마트 농업대학’ 출범…미래 농업인재 본격 육성” 등, 최근 신문 기사에서 ‘미래농업’이라는 표현의 빈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신문기사뿐 아니라 행정 계획, 농기계 제조사의 광고, 교육 프로그램 홍보 등에서도 ‘미래농업’은 빠지지 않는다. 단어의 울림은 신선하고, 미래 지향적인 농업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용어는 학술적·법률적으로 정식 정의가 마련된 개념이 아니며, 모호한 캐치프레이즈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올바른 말인가?”라는 질문에는 “문법적으로는 맞지만, 엄밀한 정의는 없다”라는 답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이 모호함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농업’은 사회 속에서 농업의 미래상을 폭넓게 논의할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속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이다. ‘미래농업’은 ‘미래’와 ‘농업’을 단순 결합한 복합 명사로, ‘미래도시’, ‘미래의료’와 같은 조어 방식이다. 영어로 직역하면 Future Agriculture지만, 국제적으로는 Smart Agriculture, Sustainable Agriculture, Next-generation Farming 등이 쓰인다.

국내에서는 행정 계획에서 “미래농업 실현을 위한 스마트 기술 도입”과 같이 정책 목표를 나타내거나, 드론·방제 로봇·ICT 관리 시스템 등의 첨단 이미지를 강화하는 상품·서비스명에 활용된다. 교육·행사에서는 농업계 고등학교·대학의 교육 과정, 전시회 주제, 스마트농업 연수 프로그램명 등에 등장한다. 공통적으로 ‘기존 농업을 한 단계 발전시킨 새로운 형태’를 뜻하지만, 구체적 내용과 방향성은 제각각이다.

그러므로 미래 농업상을 그릴 때는 여섯 가지 시각이 필요하다. 첫째, 기술 활용이다. 드론, AI 영상 분석, IoT 센서, 로봇 수확기 등은 노동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숙련 인력 부족과 노동 부담 완화에도 기여한다. 둘째, 환경·자원 지속가능성이다.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절수·절비, 바이오매스 활용과 함께 토양 건강과 생태계 보전이 포함된다.

셋째, 기후변화 적응이다. 고온 내성 품종 육성, 재배 달력 조정, 방재형 농업 시설 확충 등 이상기후 대응이 필요하다. 넷째, 순환형·지역 내 자원 활용이다. 바이오매스 순환, 음식물 찌꺼기·가축 분뇨의 에너지화·비료화로 외부 의존을 줄인다. 다섯째, 인재·공동체 재생이다. 청년·여성·외국인 등 다양한 인재 유입과 정주 여건 개선, 농업 매력발신을 포함한다.

여섯째, 소비자와의 새로운 관계다. 식품 이력 추적, 직판·CSA, 관광·체험농업 등을 통한 관계 인구 창출이 해당된다. 그러나 현실의 ‘미래농업’은 기술 중심 이미지로 좁혀지는 경향이 있다. AI나 로봇이 중요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지역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첨단 기계를 도입해도 인력 부족과 공동체 붕괴를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경작 포기와 경관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누구의 미래인가’라는 질문도 필요하다. 농업인만의 미래인지, 소비자와 지역사회 전체의 미래인지, 식량안보와 농촌문화 계승까지 포함하는지에 따라 정책과 우선순위는 달라진다.

따라서 미래농업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몇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 첫째, 정의의 공유화다. 농업계·행정·연구자·소비자가 공통으로 이해할 정의와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예: “미래농업 = 환경·경제·사회의 세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농업”과 같은 포괄적 정의 등이다. 둘째, 지역별 미래상 설계다. 대규모 곡물 재배지와 중산간 다품목 재배지는 미래상이 다르므로 지역 맞춤형 비전이 필요하다.

셋째, 기술과 문화의 병행이다. ICT 도입과 함께 전통작물·재래종 보존, 경관 유지가 병행돼야 한다. 넷째, 세대를 잇는 인재 육성이다. 고령 농가의 경험과 청년 세대의 디지털 역량을 연결하는 교육·교류 플랫폼이 필요하다. 다섯째, 사회와의 접점 강화다. 식생활 교육, 도시농원 등을 통해 도시민이 농업의 미래에 직접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미래농업’은 ‘미래적인 농업’을 수식하는 형용사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속가능한 농업사회의 골격을 가리키는 ‘명사’로 정착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미래농업’은 유행어를 넘어 정책·교육·산업 현장에서 실체를 갖춘 개념으로 성장할 수 있다.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이다. 전남의 ‘미래농업’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는 우리가 어떤 농업과 사회를 바라는지에 달려 있다. 구호에만 머물지 않고, 그 너머에서 진정한 미래를 세우는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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