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규어AI·레인보우로보틱스 협력…2026년 상용화
스마트폰 정체 속 로봇 카메라로 성장 돌파구 모색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스마트폰에 집중돼 있던 카메라 모듈이 '로봇의 눈'으로 진화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본격적인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기존 카메라 모듈 사업을 대체할 신시장으로 '로봇용 카메라 모듈'을 낙점하고, 선점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 휴머노이드 확산이 키우는 '로봇 눈' 수요
30일 업계에 따르면 로봇용 카메라 모듈 시장은 새로운 고부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ABI리서치는 2025년부터 테슬라 '옵티머스' 등 혁신적 휴머노이드 로봇의 파일럿 생산이 시작되고, 2026년 상업화됨에 따라 출하량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2030년까지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약 18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시각 정보를 기반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동작해야 하기 때문에 고성능 센서 모듈 전반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업계는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모듈이 센싱 부품 중에서도 가장 유망한 부품군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하량 증가가 곧 관련 부품 수요 확대와 직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용 카메라 모듈이 수익성 확대를 이끌 '고부가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처럼 섬세하고 민첩하게 동작하려면 카메라뿐 아니라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정밀 센서 등 고성능 센싱 기술이 복합적으로 요구된다. 이들 부품은 일반 소비자용보다 정밀도와 신뢰성 요구 수준이 높고 단가도 높은 만큼, 로봇 부품 시장 전반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 피규어AI 잡은 LG이노텍, 로봇 시장 실적 신호탄
LG이노텍은 미국의 유망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에 로봇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기로 하고 현재 물량 및 가격 조건을 조율 중이다. 양사는 세부 계약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납품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규어AI는 2022년 설립된 로봇 스타트업으로, 엔비디아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등이 투자한 기업이다. 향후 4년간 약 10만대의 로봇을 양산할 계획이며, LG이노텍이 첫 카메라 모듈 공급사로 낙점될 경우 실질적인 매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이노텍은 피규어AI 외에도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탑재될 비전 센싱 시스템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 CES 2025 행사에서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기조연설에 등장한 14개 로봇 기업 중 절반 이상과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전기, XR·테슬라 겨냥한 전략적 행보
삼성전기도 휴머노이드 로봇용 카메라 모듈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학설계, 정밀가공, 구동제어 등 기존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과 확장현실(XR) 등 신규 응용처 진입을 준비 중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해 CES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을 포함한 '미래(Mi-RAE) 프로젝트'를 신성장 동력으로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복수의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협력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용 카메라 모듈은 아직 플레이어가 많지 않아 선점이 이뤄지면 오랜 기간 안정적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IT·전장에 집중돼 있던 카메라 모듈 기술이 로봇이라는 새로운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는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