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기물 처리방식 가운데 '매립'은 흔히 가장 낡은 방식으로 여겨진다. 빠르게 기술이 진화하는 시대에 땅을 파고 폐기물을 묻는다는 이미지는 혁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수도권매립지의 현장상황은 다르다. 매립지는 더 이상 단순한 처분지점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운영전반을 고도화하고 공공서비스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폐기물 반입업무 전 과정을 디지털 기반으로 재정비했다. 차량 등록부터 폐기물 분류·계량, 반입수수료 산정까지 단계마다 발생하던 수기 오류를 줄이기 위해 시스템 자동화를 확대하고, 지자체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통합 채널을 구축했다. 그 결과, 오류발생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반입현장의 혼선이 크게 줄었고, 기존에 월 1회 문서로 제공되던 생활폐기물 반입량 자료를 즉각적으로 공유하게 되면서 각 지자체는 반입 할당량, 실반입량, 총량대비 반입비율 등을 즉시 확인하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시스템 자동화에 대한 지자체와 반입업체의 만족도는 100%에 달해, 성공적인 사용자 중심의 시스템 개선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정부혁신 유공 국무총리표창도 수상했다.
또, 수도권매립지는 매립지 내부와 주변 지역의 대기환경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며, 그 결과를 즉시 공개하는 투명한 환경관리 체계를 운영 중이다. 현재 매립지에는 총 14개소의 대기측정 지점이 설치돼 있으며, 이곳에서 22종의 악취물질뿐만 아니라 풍향·풍속, 온·습도 등 주요 기상정보를 상시 측정하고 통합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 악취모델링 프로그램을 도입해 주요 악취배출시설의 운영 데이터와 지형·기상자료를 바탕으로 악취 발생 및 확산을 연속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악취모델링 시스템은 악취의 원인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고,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악취 민원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져, 지역주민의 생활환경 보호와 공사의 환경관리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처럼 수집된 대기환경 자료는 공사 누리집을 통해 시민들에게 상시 공개되고 있다. 매립지 주변의 환경정보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알리는 것은 지역사회가 오래 전부터 바라던 일이다. 실시간 환경정보 공개는 성과보다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는 선택이지만, 공사는 이를 주저하지 않고 정보공개를 확대해 왔다. 이러한 결정은 지역사회의 불안을 줄이고, 공공기관이 지향해야 할 투명성과 책임성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시간 환경정보 공개는 단순한 대기질 모니터링을 넘어, 매립지 운영 전반을 주민과 공유하는 소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향후 환경기초시설이 갖춰야 할 '데이터 기반 환경관리'의 표준 모델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한 해 수도권매립지로 반입된 폐기물의 43%는 매립이 아닌 자원화시설로 보내져 재생에너지 등을 생산하는 원료가 되었다. 공사는 이러한 자원화시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폐기물 자원화시설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매립가스 자원화시설, 슬러지 자원화시설, 음폐수 바이오가스화시설 등 9개의 자원·에너지화 시설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량, 각종 설비의 운전이력과 자재관리, 주요 이벤트 분석 등 핵심 운영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수집·분석·공유하는 체계다. 이는 개별 시설 단위의 관리에서 벗어나, 복수의 자원화시설을 하나의 '운영 생태계'로 묶어 관리할 수 있게 한다. 통합데이터 중심의 운영은 다양한 시설간의 연계운영 최적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효율적인 유지관리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공사는 그간 수도권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벗어나, 지난 30여년간 축적해 온 폐기물처리 전문기술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공사는 2010년부터 전국 폐기물 매립시설에 대한 검사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그동안 축적된 중요 검사자료는 각 지역 매립시설의 운영방식과 사후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공사는 그간 서류 중심으로 관리되던 검사업무자료를 전면적으로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가 검사업무를 수행한 전국 230여개의 공공·민간 매립시설의 개요는 물론 차수시설, 침출수 관리, 가스포집 여부 등의 시설정보와 침출수 수위, 사면안정성, 환경관리 등 운영자료까지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은 문서변환에 그치지 않고 전국 매립시설에 대한 기술지원과 운영진단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축적된 자료는 검사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향후 매립시설의 운영기준 수립과 정책적 판단에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오래된 방식으로 여겨지던 폐기물 처리에 디지털을 접목하고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실질적 전환을 이루고 있다. 매립지는 폐기물을 묻고 덮는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폐기물 처리 이상의 가치 창출과 환경정보, 운영 데이터를 집약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내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 공사는 앞으로도 이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전국 매립시설의 안전성과 환경성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며, 폐기물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생산에 주력함으로써 환경분야에서 공공기관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스스로 제시해 나갈 것이다. 그 변화가 결국 대한민국 폐기물 정책의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송병억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필자〉인천 서구 출신으로 단국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취득했다. 수도권매립지가 처음 조성할 때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 위원을 맡았으며, 인천광역시 서구의원을 거쳐 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을 역임하였다. 2008~2011년에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감사로 재직했고, 2023년 8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10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공사 창립이래 최초 지역출신 사장으로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바탕으로 공사가 국내 명실상부한 폐기물 자원순환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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