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에서 지급된 보험금 10건 중 6건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서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양주사·도수치료 등 특정 항목에 보험금이 집중되면서 보험사들의 적자 폭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2024년 실손의료보험 사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15조 2234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비급여 항목 보험금은 8조 8927억 원으로 8.4% 늘었으며, 전체의 58.4%를 차지했다. 비급여 비중은 전년(58.2%)보다 더 높아졌다.
특히 도수치료·주사제 등 특정 비급여 항목에 보험금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이들 항목이 전체 지급 보험금에서 차지한 비중은 35.8%로, 전년보다 2.2%포인트 늘었다. 금감원은 “병·의원급을 중심으로 과잉 진료가 의심되는 특정 비급여 항목에서 보험금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세부 항목별로는 비급여 주사제 보험금이 전년보다 15.8% 증가한 2조 8092억 원에 달했고, 도수치료 중심의 근골격계 질환 보험금도 14.0% 증가한 2조 6321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암 치료 관련 실손보험금(1조 5887억 원)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로 실손보험의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 수익으로 16조 3364억 원을 거뒀지만, 손해액이 더 많아 1조 622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도(-1조 9747억 원)에 비해 적자 폭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정상 궤도에선 벗어나 있다.
지난해 실손보험 경과손해율은 99.3%로, 보험료 수익 대부분이 보험금 지급으로 나간 셈이다. 2023년(103.4%)보다는 개선됐지만, 보험업계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으로 여겨지는 85%에는 크게 못 미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심사 강화와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 방지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손보험은 지속가능성을 잃을 수 있다”며 “정부와 업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