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상 받고, 소리 줄었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아

2025-01-1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소리꾼, 노은주가 기억하는 성창순 명창은 실로 가슴이 따뜻한 분이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겐 친구와 같은 다정한 할머니로 기억되고 있을 정도다. 그 배경은 항상 부드러운 말씨와 다정한 웃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는가 하면, 수시로 과자와 음료수,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등을 선물 할 정도로 자상하였던 분이었기에 더욱 잊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 한농선 선생과 이별한 뒤, 성창순 선생도 타계하여 더더욱 슬픔이 컸다는 이야기, 한농선의 소리가 동편제의 꿋꿋하고 힘찬 소리제라면, 성창순의 소리는 아기자기한 서편제의 창법이어서 대조적이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대통령상을 받은 노은주가 완창발표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그것도 처음이 아니라, 네 번째 갖는 완창회여서 더더욱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완창(完唱)한다는 말은 곧 <춘향가>나 <심청가>와 같은 소리 한바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장시간 한자리에서 부르는 형태의 공연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완창 발표회를 열 계획이라던가, 또는 발표회를 열었다고 하면, 누구나 놀라면서 그 어렵고 힘든 공연을 어떻게 준비했느냐, 의아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어렵고, 힘들게 생각하는 것이 판소리의 완창(完唱)발표회인 것이다. 특히, 젊은 소리꾼 노은주 명창이 지난여름에 목포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뒤, 곧바로 완창회를 계획하고 준비했다는 점은 참으로 부지런하고 열심히 소리공부를 해 나가는 소리꾼이라는 점을 알게 하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판소리계에 유행어처럼 나도는 말 가운데 “저 친구, 대통령상 받고 나더니 소리가 줄었다.”라는 말이나, 또는 소리가 “전만 같지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정상에 오른 그 자체로 만족해서 더 이상 열심히 소리 공부를 안 한다는 일종의 비아냥이며 경고의 메시지라 할 것이다. 명창 반열에 오른 노은주에게도 이러한 경고는 예외가 아닐 것이다.

여기서 잠깐, 이러한 완창의 공연형태는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된 발표회 형태일까? 잠시 그 과정을 더듬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완창회의 시작은 1960년대 초, 국립국악원의 악사로 부임해 온 박동진이라는 소리꾼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완창회 준비를 해 온 끝에 1968년 말, 서울 남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던 <국립국악원> 강당에서 약 5시간 남짓의 <흥보가>를 한 자리에서 부른 것이다. 바로 이 공연이 완창회의 시초가 되고 있는데, 이 완창회로 인해 당시 꺼져가던 판소리 분야는 기름을 붓듯이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당시는 국립국악원이 지금의 돈화문(敦化門) 앞에 자리잡고 있던 때였다. 1961년, 5, 16 군사쿠데타 이후, 박동진은 전임 강장원 명창의 뒤를 이어 국립국악원 악사로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당시에 그는 소위, 소리의 계보를 갖지 않은 대표적인 인물로 분류되었던 소리꾼이었다. 최동현의 말이다.

“완창 발표회라는 것은 박 선생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였다. 공연장에서 다른 국악 장르와 함께 중요 대목 몇 편을 뽑아 부르는 게 고작이었는데, 박 선생의 완창 발표회는 처음과 끝을 갖춘 판소리의 완전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더구나 박동진의 완창 판소리는 여섯 시간을 앉아서 들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으므로 일반 관객들에게 판소리가 재미있는 예술장르라는 것을 인식시켰던 것이다.”

사라져가던 판소리가 대중 속에 다시 살아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는 말이다. 이는 박동진이 다른 명창들과 구별되는 그만의 재창조 능력을 갖고 있다는, 다시 말해, 스승으로부터 전수하여 이어지는 계보를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여러 스승들로부터 배워 익힌 소리들을 조합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소리로 재창조해 낸, 독창적인 소리꾼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박동진은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그만의 독창성을 가진 역사상 가장 훌륭한 명창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하여간, 완창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젊은 소리꾼, 노은주가 완창회를 열심히 준비하는 것도 분명 의미가 깊은 그 만의 판소리사랑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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