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소멸’ 위기인데 아동 현안 변죽만 울리나

2025-04-30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해야 할 5월이지만, 올해 대한민국 분위기를 보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조기 대선 문제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고, 국가 미래를 밝힐 길을 찾아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진정한 미래라 할 수 있는 아이들 행복과 권리에 관한 담론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떨어져 초저출생 문제를 걱정하면서도 아동 관련 주제는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보면서 아동복지전문기관을 맡은 필자는 깊은 아쉬움을 느낀다.

출산률 0.75명, 초저출생 위기

이주배경 아동의 현실 살펴야

사회 안정과 장기 성장에 중요

6·3 대선으로 출범할 새 정부는 복잡한 국제 정세, 관세 문제를 비롯한 경제적 도전, 장기 저성장 우려 등 시대의 전환기를 맞아 국가 대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가장 시급하면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할 과제는 ‘미래 세대’ 문제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초저출생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가 소멸’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결국 아동 문제는 눈앞에 놓인 현실적 위기이자,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닌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아이들 곁에서 느끼는 가장 시급한 미래 세대 현안 중 하나는 ‘이주배경 아동’ 문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보면 이주배경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를 넘는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이미 진입했다. 그만큼 한국사회는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이 증가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배경 아동은 약 20만명으로 추산된다. 중도입국 아동이나 미등록 아동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공식 통계를 훨씬 웃돌 것이다.

문제는 한국사회가 이런 아이들을 온전히 포용할 만한 구조적 기반을 갖췄느냐는 것이다. 지금 이주배경 아동과 그 가정은 언어와 문화 장벽 때문에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한국사회에 원만하게 적응하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장기적인 사회 안정과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이주배경 임산부와 영아는 위기 상황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마주하는 위기 영아 사례 중 상당수가 이주배경 아이들이다. 한국 사회의 안전망이 이들에게 얼마나 취약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공간에서 아동을 보호하는 문제도 다른 어떤 현안 못지않게 시급하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아동을 유해 요소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세계적 표준으로 이미 자리 잡았지만, 한국의 온라인 환경은 관련 정책과 제도나 플랫폼 기업들의 인식 등 여러 측면에서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디지털 환경은 아이들에겐 일상의 공간이 됐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보호받으며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아동을 위한 ‘온라인 세이프티(Online safety)’ 구현은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시급한 과제다.

이주배경 아동 지원, 온라인 세이프티 구축 등 거대한 문제를 풀어가기엔 가뜩이나 한국경제의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재원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뜻 있는 개인과 기업의 참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구성원들의 십시일반 노력이 모인다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정치권이 아동 문제에 진정성 있게 접근해주길 기대한다. 국회와 정부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부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조세 제도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를 통한 민간 자원의 활성화는 재정의 한계를 넘어서는 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많은 공약 속에서 아동의 행복과 권리는 부차적인 문제로 쉽게 밀려나곤 한다. 그러나 아이들 문제는 우리 모두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미래 세대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책임이다.

차기 정부가 아동 중심의 정책을 수립하고, 이주배경 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이가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사회, 그런 사회가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일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