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수주가 계약 체결 전날 또 제동이 걸렸다.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지난 6일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행정소송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의 원전 신규 건설을 위한 최종 계약서 서명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계약식 참석차 대규모 대표단을 꾸려 보낸 정부로서는 체코로 가는 도중 이 소식을 듣고 당혹해했다. 코앞의 진행 상황도 모른 채 성과 홍보에만 골몰하다 벌어진 국가적 망신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 실패에서 배운 것이 없단 말인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체코 프라하에서 “저희가 특별히 안일한 대응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근거로 EDF의 가처분 신청 결과를 100% 낙관했다는 것인가. 정부는 지난해 9월 당시 대통령 윤석열이 체코를 방문하고 경제협력 선물을 풀어놓았을 때도 계약 성사를 호언장담했다. 안 장관은 “최종 계약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 판단 근거도 없이, 지금 체코 원전 수주에 낙관론만 펼 때가 아니다.
가뜩이나, 체코 원전 수주는 지난해 7월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3월까지 최종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당초 계획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으로 미뤄진 터였다. 이 문제는 웨스팅하우스와 올해 1월 전격 합의를 이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내용을 얼마나 양보했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체코 현지 기업에 60% 참여율을 보장하는 현지화율 60% 약속도 수익성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원전 업계는 체코 원전 수주가 상업용 원전을 최초 건설한 유럽 시장에 한국이 첫발을 디딘 것이란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도 “한국 경제에 큰 효과를 가져올 잭팟”이라고 봤다. 하지만 ‘덤핑 수주’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고, 이번 ‘계약 하루 전 제동’ 사태에서 보듯 진행 상황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최종 계약이 다시 연기되면서 오는 10월 체코 총선 등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정부의 원전 사업은 국익과 직결되는 사업성과 투명성이 핵심 잣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