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출신 문민순 작가, 파리에서 잇는 두 세계…‘2025 한·프랑스 국제 교류전’의 조용한 연결고리

2025-07-01

 “스며들고 싶었습니다. 이방인이란 껍질을 벗고, 연기처럼 자연스럽게.”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아네스 노르(Galerie Agnes Nord)에서 열린 ‘2025 한·프랑스 국제 교류전’이 깊이 있는 한불 예술 교류의 장으로 마무리되며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중심에는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깊이 한국과 현지 작가들을 연결해온 문민순 작가가 있었다.

 군산 출신인 문 작가는 2002년부터 파리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 프랑스 대표 작가로 참여하며, 오랜 인연을 맺어온 아트그룹 아띠와의 협업을 통해 든든한 가교 역할을 해냈다.

 “이번 전시는 마치 고향 친구들이 파리를 찾아온 것 같았어요. 따뜻했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2013년 교동미술관 레지던시에 참여한 인연이 출발이었다. 그 때를 회상하며 문 작가는 “엄마가 그립고, 고향이 그리워 찾아갔던 전주에서 만난 김완순 관장님과의 인연은 저에게 작지만 분명한 위로이자 전환이었다”고 말했다.

 문 작가는 파리에서 주로 연기소성 도예기법을 활용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온의 불길과 연기를 통해 도자에 생명력과 흔적을 남기는 이 기법은 그에게 있어 단지 기술이 아닌 정체성과 삶을 투영하는 방식이다.

 “흙은 제게 고향의 감촉을 떠올리게 해요. 논두렁, 밭, 산과 들은 흙의 색과 감촉이 모두 다르거든요. 어린 시절, 흙을 가지고 노는 시간이 가장 좋았어요.”

 그에게 ‘연기’는 단순한 연소의 부산물이 아니다. 사라지는 듯하지만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보이지 않지만 깊이 스며드는 것, 곧 삶과 정체성에 대한 은유다.

 “연기는 마지막 물질이자 새로운 시작이에요. 흩어지지만 존재하죠. 저도 그렇게, 이곳에 연기처럼 스며들고 싶었어요.”

 프랑스에 정착한 뒤, 문 작가는 자주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그리고 명상센터에서 하루 3~6시간씩 머무르며 내면을 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불안했죠. 내가 왜 파리에 왔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기도를 시작했고, 그 과정이 제 작업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어요. 손으로 흙을 문지르는 행위 자체도 제겐 기도예요.”

 작품을 관람객이 직접 만져보기를 권하는 그의 태도 또한 그러한 내면적 흐름의 연장선이다. 그는 ‘손길’이 닿을 때 비로소 인간과 작품, 자연과 시간이 연결된다고 믿는다.

 자신을 ‘연어’에 비유하는 문 작가는 “새끼를 낳고 본래의 강으로 돌아가는 연어처럼, 저도 뭔가를 창작하고 난 뒤엔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완성되는 그의 작품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사유와 삶이 응축된 ‘지점’이다. 노을 지는 파리의 골목 끝에서, 달빛이 내려 앉은 군산의 논두렁 끝에서, 문 작가는 여전히 흙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붙잡고 있다.

 프랑스 파리 =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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