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멕시코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2%에서 -1.3%로 후려쳤다. 대미 무역 비중이 높은 게 복이었다가 화가 됐다. 중국 생산의존도를 낮추려고 미국 기업이 멕시코 공장으로 눈 돌린 게 불과 얼마 전이다.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국 이전) 가속화로 멕시코는 중국을 제치고 2023년 미국의 1위 수입국으로 발돋움했다. 스페인·캐나다·일본·독일에서의 투자까지 몰려들어 멕시코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새 역사를 썼다. 그 결과 멕시코 페소화는 통화 강세의 상징이었다. 달러 대비 추락하던 여러 화폐 가치 속에서 유달리 빛났다. 2022∼2023년 페소화는 20여 년 만에 초강세였다. 이제 수익률 좋은 통화로 평가받던 호시절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복귀와 함께 페소화의 약세는 두드러졌다. 2016년 트럼프 당선 때 페소화 가치는 17% 가까이 떨어졌다. 그로부터 8년 후인 지난해 약 23% 하락이란 수모를 겪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멕시코 수출품의 80%는 미국향(向)이다. 미국의 대(對) 멕시코 25% 관세 부과로 경제는 수년간 후퇴할 수 있다. OECD가 내년 멕시코의 경제성장률을 -0.6%로 전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994년 12월 외환 유동성 악화로 발생한 멕시코 경제위기가 브라질·아르헨티나 같은 중남미국가로 번졌다. 소위 테킬라 효과(Tequila Effect)가 발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정책을 ‘근린 궁핍화 정책’이라 불렀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이웃 나라를 거지로 만들고 미국 경제를 추락시키는 자살골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증류주는 테킬라로, 시들해진 위스키의 인기를 대신하고 있다. 미국산 위스키와 EU산 와인·샴페인에 불붙은 관세 전쟁 속에서 테킬라 효과가 외부로 확산하지 않기를 바란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