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미국 도전 vs KBO 잔류... 갈림길에 선 'FA 최대어' 강백호

2025-11-05

8시즌 동안 3할이 넘는 타율·장타력 뛰어나 FA 시장서 인기

본인의 높은 해외 진출 의지···수비 불안과 잦은 부상이 발목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이번 스토브리그의 최대 화두는 단연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kt의 간판타자 강백호의 거취는 팬들과 구단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타격 천재'라는 별칭을 얻은 강백호가 과연 미국 무대에 도전할지, 아니면 KBO 리그에 잔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KBO는 5일 2026년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 30명의 명단을 공식 발표했다. 구단별로 보면 KIA가 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삼성과 kt, 두산이 각각 4명씩을 배출했다. LG, 한화, 롯데는 3명, 그리고 SSG, NC, 키움은 각각 1명이다.

주요 명단에는 LG의 김현수·박해민, 한화의 손아섭·김범수, 삼성의 강민호, kt의 강백호·장성우, KIA의 박찬호, 키움의 조상우 등이 포함됐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오는 7일까지 KBO에 권리 행사 승인을 신청해야 하며, KBO는 다음 날 FA 승인 명단을 공시한다. 이후 9일부터 모든 구단(해외 구단 포함)과 협상이 가능해진다.

이 명단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강백호다. 고교 시절부터 '괴물 유망주'로 불렸던 그는 2018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순위로 kt에 입단했다.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할 재목"이라며 큰 기대를 걸었고, 강백호는 그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켰다.

데뷔 첫해인 2018년, 그는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0으로 kt의 리드오프 자리를 완벽히 책임졌다. 그는 괴물 신인임을 입증함과 동시에 신인왕 수상에 성공했다. 이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타율 3할을 유지하며 꾸준함까지 증명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연속 수상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 경기력은 주춤했다. 타율이 0.245까지 떨어졌고, 잇따른 부상으로 100경기조차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절치부심 끝에 2024시즌, 강백호는 완벽한 부활을 이뤄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289, 26홈런, 96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OPS 0.840으로 다시 타격 천재의 면모를 되찾았고,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 시즌 성적 역시 준수하다. 9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5(321타수 85안타), 15홈런, 61타점 OPS 0.825를 기록했다. 장타력과 선구안 모두 살아난 모습이다. 여기에 아직 26세에 불과하다는 점, 그리고 포수 포지션에서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잠재력은 FA 시장에서 100억 원 이상 가치로 평가받는 이유다.

원소속팀 kt는 프랜차이즈 스타 강백호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팀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 올 시즌 약점으로 드러난 센터라인(유격수·중견수) 보강이 시급하며, 동시에 장성우와 황재균 등 베테랑 FA 선수들과의 재계약도 고려해야 한다. 또 강백호를 대체할 만한 신인 거포 안현민의 발견도 변수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롯데, 두산 등 젊은 거포가 필요한 팀들이 강백호 영입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롯데와 두산 모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만큼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노리고 있다. KIA 또한 내부 FA 박찬호를 붙잡지 못할 경우, 외부 FA 영입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강백호의 진로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는 '해외 진출'이다. 그는 시즌 전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오겠죠"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미 미국 대형 에이전시인 파라곤 스포츠 인터내셔널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MLB 밀워키의 간판타자 크리스티안 옐리치를 비롯해 다수의 빅리거를 보유하고 있다.

한 측근은 "강백호는 대우보다 MLB 진출 자체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이달 중 미국 현지에서 쇼케이스를 열 계획이다. FA 자격으로 해외에 나가는 만큼, 포스팅 보상금이 없어 구단 입장에서도 영입 부담이 적다. 따라서 '저비용 고효율' 자원으로 MLB 구단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약점도 뚜렷하다. 가장 큰 문제는 수비다. 포지션이 명확하지 않으며, 1루수로 뛴 시즌에는 두 시즌 동안 29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코너 외야수로 나섰을 때는 타구 판단이 아쉬웠고, 포수 전향 후에도 경험 부족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사실상 지명타자로서 가치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상도 그의 앞길을 막고 있다. 크고 작은 부상이 지속적으로 있었던 강백호는 이번 시즌도 초반 부진을 벗어나 5월 말 7경기 타율 0.478 1홈런 6타점으로 부활하려던 찰나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그는 지난 5월 27일 수원 두산전에서 귀루하다가 우측 발목이 베이스에 꺾이며 인대가 파열됐다. 그는 부상 당시 재활 및 회복에 8주 소견을 받았고, 5월 27일 경기 이후 2달을 쉰 뒤 7월 22일에 복귀했다.

그럼에도 MLB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미 고우석(디트로이트)과 김혜성(LA 다저스)이 '꿈의 무대'에 도전한 바 있다. 특히 김혜성은 더 많은 연봉 제안을 마다하고 다저스행을 선택,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했다. 강백호 역시 '돈보다 도전'을 택한다면 비슷한 길을 걸을 수도 있다.

결국 선택은 강백호 본인의 몫이다. 그의 결정은 이번 FA 시장 전체의 판도를 뒤흔들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wcn050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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