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경제 핵심인 ‘첨단 전기화’에 주목하자

2024-09-26

날생선이 일차에너지라면 생선탕·조림·회 같은 조리 음식은 이차에너지다. 최근 해·바람·물·화석 같은 일차에너지를 가공한 이차에너지 중에서 전기에너지의 중요성이 급등했다.

20세기 초반에 등장한 ‘전기에너지에 대한 의존 심화’라는 테제가 오늘은 ‘전기화(electrification)’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기화는 이차에너지 중에서 효율성이 가장 뛰어난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운동에너지 등으로 재변환한다. 전기화는 대중적 인지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 수십 년 전부터 산업과 생활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전기화 테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기본 계획이 우리나라도 있다. 전기에너지 수급의 국가 단위 15년 장기 계획을 2년마다 조정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이다.

1차 전기본이 2002년 수립된 이래 냉난방이 상당 부분 전기화됐다. 운송 수단도 전기화로 커버할 수 없는 장거리 항공 등을 제외하고는 순차적인 전기화가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지능형 모빌리티도 이차전지 기반의 전기화가 진전되고 있다.

조만간 11차 전기본이 최종 확정된다. 남은 절차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의 심의 의결, 이해관계자들이 참가하는 공청회, 그리고 주무 부처들의 영향 평가다. 최근 전기본의 화두에는 자율주행 시대를 열 인공일반지능(AGI)을 위한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발전과 연계된 전기에너지 저장 장치가 포함된다.

과거에 비해 전기화 과제의 수준이 아주 복잡다단해졌다. 우선,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원’과 전력을 소비하는 집·회사·공장 사이를 연결해 주는 전력 고속도로인 ‘전력계통’ 사이의 심화된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 대비가 시급한 전기화는 그간의 전기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배터리 전기차와 연료전지 전기차의 전동화를 넘어서 자율주행을 위한 데이터센터가 첨단 전기화의 핵심인 시대가 개막했다. 전력 시장과 산업도 ‘재생에너지 발전 연계형 전기에너지 저장장치’의 보급, 전력계통의 재편을 위한 초고압 변압기 시장의 재부상, 중소형원자로(SMR)의 도입,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준비 등…. 이 모든 것이 기존의 전기화를 넘어선 새 시대의 전기화를 이미 이끌고 있다.

국가첨단전략산업을 구성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미래차·첨단로봇, 이차전지와 전력산업은 모두 업그레이드된 전기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존의 전기화를 ‘첨단 전기화

(hyper-electrification)’로 개명할 필요가 있다. ‘첨단 전기화’가 우리를 먹여 살릴 핵심적 기반임을 홍보하는 가운데 모쪼록 국가적 계획을 잘 짜서 실행해야 한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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