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대피소 지도 만든 대학생들···“이주민 위한 영어 버전도 만들고 있어요”

2025-03-28

이화여대를 다니는 허지현씨(20)는 지난 26일 저녁 산불 피해가 심각한 영남지역의 대피 안내 뉴스를 보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빠르게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들자 곧장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하지만 모든 대피소를 혼자 지도에 표시하기엔 벅찼다. 같은 과 동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30분 만에 7명의 친구가 합류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허씨를 포함한 이화여대 사회과교육과 지리교육 전공 학생 8명(김예원·김하진·노채은·신유빈·안도경·이소원·이연재)이 만든 ‘산불 대피소 안내 지도 홈페이지’가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산불 피해 지역명을 누르면 그 지역의 대피소 위치가 표시된 구글 지도가 등장한다. 지도에선 대피소 주소와 전화번호 등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28일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산불 대피소 지도 제작기’를 털어놨다. 현재 2학년인 이들은 지난해 공간정보시각화 전공 강의를 수강했다고 한다. 강의에선 구글맵 등을 활용해 목적에 맞는 지도를 제작하는 법을 배웠다. 허씨는 “접근성 좋은 지도를 만들고 싶어 구글맵을 활용하기로 했다”며 “특별히 어려운 프로그래밍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도와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데엔 일절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다. 김하진씨(20)는 “처음엔 지도 배포만을 계획했었다”며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제작을 제안했다”고 했다. 구글의 무료 사이트 제작 도구를 활용하고 산불을 드러내는 배경을 디자인해 홈페이지도 금방 만들어냈다.

전날 새벽 지도를 배포한 후 예상보다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허씨는 “처음엔 지역별로 한 명씩 담당해 대피소 정보를 업데이트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관심과 피드백에 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언론·사이트·데이터 관리팀으로 나눴다. 이들은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제공하는 재난 문자 내용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e메일 등으로 받는 반응들을 주기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피해 지역에 고령 인구가 많다는 점을 반영해 홈페이지의 글자 크기를 키웠다. ‘의성군에 이주민이 많이 살아 영어로도 제공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고 같은 대학 영어교육과 서가경씨(24)를 영입했다. 서씨의 도움으로 안내 지도와 홈페이지의 영어 버전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으니 아이디어나 수정 사항이 필요한 부분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달라”며 “저희가 만든 지도가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작은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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