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다른 MBC의 대통령 기자회견 비난 [오정환 칼럼]

2024-11-08

보도가 아니라 ‘욕설’에 가까운 뉴스였다. 7일 밤 MBC 뉴스데스크는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37분 동안이나 방송했다. 일반 뉴스의 3분의 2를 할애한 것이다. 그리고 13개 리포트에 단 하나도 빼지 않고 윤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담았다. 시정잡배가 욕을 해도 그렇게 길게 하면 지칠 만도 할텐데, MBC는 시종일관 줄기차게 비난을 해댔다.

“어찌 됐든 사과를 드린다. 위급한 듯 날을 잡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A 앵커의 뉴스데스크 첫마디였다. 그런데 리포트 내용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2시간 동안 ‘사과’라는 말을 12번이나 썼다. 그러면 A는 뭘 바랬던 걸까. 전국시대 일본인들 방식으로 사과할 줄 알았나?

이어지는 리포트 제목들도 가관이었다. [..“제 처를 악마화한다” 두둔] [‘이권 연루’ 의혹 상당한데..] [..‘공천 추천’ 괜찮다?] [..대통령만의 ‘딴 세상’] [국정 지지율 더 바닥으로..] [“거짓말 일관 최악 담화”..] 배어나는 적개심이 느껴질 정도다. 이게 정권 쟁취에 몰두하는 정당방송이지 공영방송 뉴스라고 누가 믿겠는가.

그러면서 언론으로 대접은 받고 싶은가 보다. MBC B 기자는 스튜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에게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말부터 했다. 대통령 출근길 회견에 슬리퍼를 끌고 나가 소리를 지른 기자에게 상을 주었던 MBC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B 기자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직원에게 반말을 했다며 “부적절해 보였다”고 방송했다.

또한 C 앵커는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19%로 나왔다면서 “사실상 국정 동력이 마비된 상황”이라고 단정했다. 기억해 두어야겠다. 지지율이 다시 20% 위로 올라가면 C 앵커는 “국정 동력이 회복됐다”고 방송해야 할 것이다.

7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는 2019년 11월 19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 기자회견 때와 너무 달랐다. 앵커가 “진솔했던 소통의 장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리포트를 소개했다. 기사에는 온통 긍정적인 내용들이었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태에 대해 처음 사과했다. “장관 지명 취지와 상관없이 국민께 갈등을 주고 한 점, 사과 말씀 드린다”고 했다. MBC는 그마저도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에 다른 언론사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지 한 달이 넘어서야 대통령이 사과했고, 정권 핵심세력의 특권과 반칙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2018년부터 전국 부동산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폭등하던 중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 이유로 정책 실패가 아닌 유동성 증가와 1인 가구 확대를 들었다. 물론 사과도 하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그날 “특단의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고만 보도했다. 그리고 그해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그랬던 MBC가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거의 악을 쓰듯 부정적 보도로 일관했다. MBC가 민영방송이라 해도 불공정하다 지적받을 일이다. 그게 21세기 대한민국 공영방송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게 기가 막힌다.

법원은 최근 임기가 끝난 방송문화진훙회 이사들을 잔류시켜 MBC의 개혁 가능성을 봉쇄했다. 그 결정을 내린 판사들이 7일 MBC 뉴스데스크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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