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논란에 등판한 법학의 시선
소년범의 ‘잊힐 권리’ vs 대중의 ‘알 권리’
“과거 지우고 새 출발” 법의 이상, 현실에선 ‘기만’?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49)이 과거 소년범 이력 논란 끝에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 결정을 두고 형사법 권위자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연예인의 과거사 논란을 넘어, 우리 사회가 ‘소년범의 교화와 사회 복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은폐가 아닌 교화의 결과”…소년사법의 대원칙
한인섭 교수가 7일 SNS를 통해 제기한 반론의 핵심은 ‘소년사법의 존재 이유’다. 대중은 조진웅이 과거를 숨기고 활동했다는 점에 배신감을 느끼지만, 법학자의 시각에서 이는 비난받을 ‘은폐’가 아닌, 제도가 의도한 ‘보호’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소년사법은 처벌을 하면서도 교육과 개선 가능성을 높여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소년원이 아닌 ‘학교’라는 명칭을 쓰는 이유를 상기시켰다. 즉, 소년범이 성인이 되어 사회적 역할을 해내는 것은 제도가 작동한 성공적인 결과이지, 과거를 세탁한 기만이 아니라는 논리다. 그는 조진웅이 수십 년간 노력해 사회적 인정을 받는 위치에 오른 것을 두고 “상찬(칭찬)받을 일”이라며, 오히려 지금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회적 매장’ vs ‘엄격한 도덕성’, 충돌하는 가치
이번 논란은 연예인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적 기준과 ‘전과자의 잊힐 권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한 교수는 “누구나 이마에 주홍글씨를 새기고 살지 않도록 만든 체제 속에 살고 있다”며 과거의 과오를 평생 짊어지게 하는 ‘사회적 생매장’을 경계했다. 이는 법적 처벌이 끝난 이후에도 여론재판을 통해 가해지는 ‘사회적 형벌’의 가혹함을 지적한 것이다. 가수 이정석 역시 “너희는 그리 잘 살았나”라며 무분별한 비난 여론에 반감을 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대중문화의 소비자인 대중 입장에서는 미디어를 통해 대중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연예인의 과거 중범죄 이력을 단순히 ‘철없던 시절의 실수’로 용인하기 어렵다는 정서 또한 강하다. 특히 조진웅이 그간 독립운동가 관련 활동 등을 통해 쌓아온 ‘바른 이미지’가 과거 행적과 대비되면서 대중의 배신감이 증폭된 측면이 있다.

■“언론의 선정적 과거 들추기”... 무너진 재기의 사다리인가
한 교수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연예인 개인이 아닌, 선정적인 이슈 몰이를 주도한 언론과 여론으로 돌렸다. 그는 “개인적, 정치적, 선정적 동기로 수십 년 전 과거사를 꺼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시키려는 시도는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 즉 ‘취약성’과 연결된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은 과거사가 폭로될 경우 사실관계 소명보다는 즉각적인 활동 중단이나 은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기 쉽다. 한 교수가 조진웅의 은퇴 선언을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규정하며 “도전과 좌절을 이겨내는 또 하나의 인간상을 보여달라”고 재기를 주문한 것은, 이러한 ‘여론에 의한 즉결심판’ 관행에 대한 법학자로서의 우려로 해석된다.
조진웅의 은퇴는 한 개인의 퇴장을 넘어, 소년범의 사회 복귀와 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성숙도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과거의 잘못을 어디까지 용인하고, 어떻게 교화된 개인을 받아들일 것인가. ‘주홍글씨 없는 재사회화’라는 법의 이상과 엄격한 도덕 검증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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