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소멸할 거란 비관론이 지배하는 시대, 아이는 대체 어떻게 키워야 할까? 국내 손꼽히는 인구학자 조영태(53)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내수론 잘 먹고살 수 없다. 글로벌이 필수”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엔 조금의 과장도 없다. 2020년 사상 처음 20만 명대 출생아를 기록한 이후 지난 5년간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2040년대엔 인구 감소가 불보듯 뻔하다. 더 큰 문제는 인구의 질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줄어들고 고령층이 늘면, 내수시장이 쪼그라드는 건 피할 수 없다. 조 교수가 “세계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명문대 졸업장이 내수시장에서처럼 효과를 발휘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 사교육에 올인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인 조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같은 인구 현상이 사회와 산업, 시장을 어떻게 바꾸는지 예측한다. 이런 연구 결과를 담아 『인구는 내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인구 미래 공존』 『베트남의 정해진 미래』 등을 펴내기도 했다. 저출생을 넘어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시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인구학자인 그는 두 딸을 어떻게 키우고 있을까? 지난달 21일 조 교수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Intro. 부모 세대 성공 방식은 끝났다
Part 1. 20만 명 출생 시대, 대학은 지방 도시로
Part 2. 내수로는 안 된다, 글로벌이 살길
Part 3. 대치동식 사교육, ‘NO답’
20만 명 출생 시대, 대학은 지방 도시로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될 거란 출생아 20만 명대 시대.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땐 과연 어떤 모습일까? 조 교수는 “이 세대는 서울에서 주로 살 것”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50년쯤이면 국내 인구는 4400만 명 수준으로 줄고, 2100년엔 2000만 명도 채 안 될 전망이다. 그는 “이렇게 적은 인구가 국토 전체에 고루 퍼져 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가 지방 도시 한 곳을 대학 도시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이유기도 하다.
2100년이면 2000만 명도 채 안 된다고요?
우리나라 인구는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어요. 2020년에 5183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이듬해부터 줄기 시작했죠. 아직은 5000만 명대지만, 2050년이면 4000만 명대로 줍니다. 2100년이면 2000만 명 아래로 떨어지고요. 올해 태어나는 아이들이 노인이 되면, 인구가 반 토막이 난다는 거죠. 외국인이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있는데요. 인구 감소세를 대체할 만큼은 어렵습니다. 우리 제도가 그걸 뒷받침하지도 못하거니와 이민을 고려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국가가 한국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확실히 아이들이 준 게 느껴져요.
2030년대까지는 연간 출생아가 20만 명대는 유지될 것 같아요. 흥미로운 건 출생아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된다는 거죠. 2020년생의 경우 46%가 서울과 경기도에서 태어났어요. 세종시와 광역도시를 합치면 70%에 달해요. 이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이건 수도권 집중화로 이어질 겁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고향에 남으려 할 테니까요. 소도시에서 태어난 30%도 수도권으로 몰리고요. 2020년생이 성인이 될 20~30년 뒤엔 수도권 외엔 지방 도시 한 곳 정도만 살아남을 겁니다.

그곳은 어디일까요?
부산이나 대구, 광주 같은 광역도시 중 하나겠죠. 어디가 살아남을진 알 수 없지만, 그곳을 대학도시로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을 전부 보내는 거죠. 요즘 10대는 ‘인서울(서울에 있는 4년제 종합대학)’ 진학을 희망해요. 예외가 거의 없습니다. 주요 대학을 전부 지방 도시로 내려보내면, 이들이 이동할 수 있죠. 인재를 발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수도권에 있는 기업도 따라서 내려갈 겁니다. 특히 연구개발(R&D) 중심의 스타트업은 이 대학 도시로 갈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