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있는 사람은 불면증에도 강하다

2024-11-25

장기적 목표에 대한 끈기와 열정을 뜻하는 심리학적 특성인 ‘그릿(GRIT)’이 강할수록 불면증의 발병률과 중증도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김재림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 수면·두통 연구설문’을 통해 수집한 2453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그릿과 불면증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를 세계수면의학회 공식 학술지인 ‘수면의학(Sleep Medicine)’에 게재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근성·끈기·대담성·회복탄력성·야망·성실성 등의 심리 요소로 구성된 그릿을 점수화해 점수 구간에 따른 불면증과의 관련도를 분석했다.

불면증은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잠에 들더라도 자주 깨는 등 수면의 질이 크게 낮아지는 질환으로 성인 3명 중 1명이 겪는다고 할 정도로 흔하게 발생한다. 방치하면 정신질환과 심장질환, 당뇨병,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과거엔 불면증 치료를 위해 수면제 등 약물을 처방하는 방법이 주를 이뤘으나 단순 약물치료만으로는 치료효과에 한계가 있고 의존성·내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최근에는 약물치료에 앞서 수면을 방해하는 생각·행동·습관 등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우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불면증을 유발하는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진은 여러 심리적 특성 중 하나인 그릿이 불면증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지 연구했다.

연구결과, 5점 만점의 그릿 점수를 구간별로 비교했을 때 최하 구간(1.5~2.0점)에서 불면증을 호소한 응답자의 비율은 75%인 데 반해 최상위 구간인 4.5점 이상에선 0.0%, 4.0~4.5점은 8.5%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평균 그릿 점수는 3.27점이었으며, 그릿 점수가 높을수록 불면증 유병률은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또 그릿 점수가 높으면 불면증의 중증도 역시 낮았는데, 그릿 점수가 1점 증가할 때마다 불면증을 호소할 확률은 60%, 수면 질 저하를 겪을 확률은 45%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그동안 그릿 특성이 학업 및 직업적 성취와 깊은 연관성을 보인 연구는 알려졌지만 수면의 질 및 불면증과의 관련성도 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윤창호 교수는 “그릿은 우울증 등 불면증을 유발하는 요인에 대해 완충 작용을 하고, 압박·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우리 몸의 대응력을 강화함으로써 불면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구 결과에 따라 불면증 치료시 환자의 그릿을 평가하고 이를 함양할 수 있는 치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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