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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 관세 폭탄을 쏟아내는 가운데 일본 경제산업 수장이 3월 미국을 찾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일본을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대미 수출의 3분의 1 가까이를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는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경제에 미칠 타격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대응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무토 요지 경제산업상이 3월 방미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을 이끌 상무장관으로 상원에서 인준된 하워드 러트닉 등 미 정부 핵심 관계자와 회담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20일 보도했다.
러트닉 외에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 복수의 관료와도 회담을 조율 중이다.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가 적용되는 3월 12일 전까지 미국 방문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정이 뒤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아사히신문은 "일련의 회담을 통해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와 미국 경제에 대한 공헌을 어필해 일본 제품에 대한 (관세) 적용 제외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 7일 미일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간으로 18일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 의약품에도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고 자동차 관세는 4월 2일께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하루 뒤인 19일 마이애미에서 열린 한 행사 연설에서 "다음 한 달 안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4월 2일 전후에서 발표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품목은 자동차다. 지난해 일본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6조 261억 엔으로 전체 대미 수출 총액의 28.3%를 차지한다. 일본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가 관세 대상이 되면 전체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5%의 자동차 관세 부과 시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년간 약 0.2%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도 대일 무역적자를 문제 삼아 일본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언급한 바 있다"며 "(이를 구실로) 일본이 미국산 농산물 관세 인하를 수용하게 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요청을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받아들일지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무토 경산상의 방미에서는 이 밖에도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 인수 계획을 둘러싼 의견 교환도 이뤄질 전망이다. 미일 정상은 이달 회담 직후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는 방식이 아닌 거액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일본제철이 US스틸 주식 과반을 취득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