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교에서 12년째 일하는 개발자 김프로, 일명 존은 요즘 밤잠이 줄었다. 미국 엔비디아 직원의 78~80%가 이미 백만장자이며, 2500만 달러(35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이들도 적지 않다는 기사를 본 뒤부터다. 억대 연봉은 고사하고 이직도 옛말이다. 월급+퇴직금을 넘어서는 자산 형성을 기대하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의 핵심은 단순한 고액 연봉이 아니다. RSU(제한조건부 주식), ESPP(직원 주식 매수 프로그램), 그리고 일부 직원에게 제공된 '젠슨 특별 보조금' 같은 주식 기반 보상 체계다. 엔비디아 직원은 회사의 성장 속도만큼 자기 자산도 커진다. 한국에서 집값과 교육비에 시달리던 김부장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묻게 된다.
“나는 왜 이런 길을 갈 수 없었을까.”
김프로는 실력이나 업무 강도에서 자신이 미국 개발자보다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현실의 자산 격차는 여기까지 벌어졌을까. 그는 답을 개인이 아닌 제도와 환경에서 찾는다.
◇엔비디아 직원이 부자가 된 진짜 이유
엔비디아에서 10년 일한 개발자 A의 사례를 보자. 입사 초기에 받은 RSU는 5000주, 당시 주가는 30달러. 회사의 미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AI 붐이 폭발한 뒤 엔비디아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고, A가 가진 RSU 가치는 어느새 50억원을 넘었다.
여기에 매년 지급되는 추가 RSU와 15% 할인된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ESPP까지 더하면, 직원 상당수가 자연스럽게 자산가가 됐다.
결국 구조는 간단하다. “직원이 일하면 회사 가치가 오르고, 회사 가치가 오르면 직원 자산도 오른다.”
이 구조가 직원에게 회사를 떠날 이유를 없애고, 기업에는 인재가 몰리는 선순환을 만든다.
◇한국 개발자들이 체감하는 현실
가장 먼저 하이닉스나 삼성반도체 등 국가 산업으로 가고 싶어 한다. 한국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나 커머스는 너무 어렵다. 외국 플랫폼은 날개를 펴는데 한국 플랫폼은 정책과 규제 때문에 앞날이 너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동료들은 말한다. ' 하이닉스는 신분 상승이고, 엔비디아는 판타지“다
또한 한국도 RSU를 하기는 한다. 그러나 '받는 순간 세금 폭탄'이 떨어진다. 베스팅 시점에 RSU는 근로소득으로 간주 돼 최대 45%의 세율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김부장이 연봉 1억원을 받고, RSU 1억원어치를 부여받으면 4500만원의 세금을 그 자리에서 납부해야 한다. 결국 대부분은 RSU를 받자마자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낸다. 장기 보상이 아니라 '즉시 현금화용 주식'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국 기업은 RSU를 도입하려 해도 보상에 필요한 자사주를 마음껏 확보할 수 없다. 배당가능이익 범위 안에서만 자사주 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기업은 신주 발행으로 보상을 충당하게 되고, '지분 희석'을 우려하는 대주주가 반대하면서 제도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회수 시장도 좁다. 한국의 기술특례 상장은 문턱이 높고 심사 기간이 길다. M&A는 연간 건수가 적고, 인수금융 시장도 거의 없다. 스톡옵션이나 RSU를 받아도 현금화할 길이 없는 이유다. 실리콘밸리에서 적자 기업도 미래 성장성만으로 상장하고, M&A가 수천 건씩 이뤄지는 것과 대비된다.
◇김부장이 대통령에게 올린 세 가지 제안
김부장은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대통령에게 건의서를 작성했다. 그의 제안은 세 가지다.
첫째, RSU를 장기 보유하면 세금을 근로소득세 대신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장기 보유를 유도해야 인재가 떠나지 않고 회사 성장에 참여할 동기가 생긴다. 이는 미국이 자산 축적 구조를 만든 근거이기도 하다.
둘째, 기업이 보상용 자사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자기주식 취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중소기업 대기업까지 확대해야.한다. 미국 기업들은 RSU 지급 규모만큼 자사주를 매입해 희석을 막는다. 직원도, 주주도, 회사도 만족하는 구조다.
셋째, IPO와 M&A 회수 시장을 넓혀야 한다. 기술특례 상장 기준을 낮추고, M&A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인수금융 시장도 개방해야 한다. 그래야 스톡옵션과 RSU가 실제로 '돈이 되는 자산'이 된다.
◇한국에도 엔비디아 가능하다.
주식 보상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근로자가 기업의 주인이 되는 사다리다. 한국형 엔비디아는 기술력 이전에 제도로 만들어진다.
한국의 개발자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 노동과 자본이 함께 이익을 나누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 비로소 한국도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규제에서 풀어야 한다. 제도는 환경을 만들고, 환경은 성장의 방향을 결정한다. 판교에서 일하는 김프로의 고민도, 한국 기업의 한계도 결국 이 제도라는 문턱을 넘는 순간 달라질 수 있다. 한국에서 일한 만큼 부가 따라오는 구조가 마련된다면, 판교가 실리콘밸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이광재 PD(전 국회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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