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미혼모 고민하는 영화

2024-10-22

요즘 한국영화에 열린 결말이 빈번하다. 불신시대, 청소년 일탈 등 중대한 화두를 던져놓고, 교통사고 같은 충격적 장면으로 맺는다. 현상에 대한 나열만 있고, 창작자가 고민한 결론은 잘 보이지 않는다. 최근 만난 영화평론가는 책임회피로 해석했다. 특정 방향의 주장을 담는 것이 구구절절한 설명을 비선호하는 요즘 관객에게 어필하지 못할 거란 상업적 판단과 창작자 자신도 답을 구하지 않는 무책임의 발로란 것이다.

‘다음 소희’ ‘해야 할 일’ 등 치밀한 취재를 토대로 우리 사회 진면목을 끝까지 파고드는 독립·저예산 영화가 그래서 반갑다. 30일 개봉하는 ‘최소한의 선의’(사진)는 그 계보를 잇는 작품. 학교 안 10대 미혼모가 소재다. 학생이 아이를 가지는 건 칭찬할 일도, 벌 받을 일도 아닌, 책임져야 하는 일이란 이야기를, 10대 학생과 함께 더 성숙해가는 담임교사를 통해 우직하게 그려낸다.

고등학교 1학년 유미(최수인)는 남친의 아이를 임신 후 학교에 도움을 청했다가 오히려 자퇴와 퇴학 중 선택을 종용받는다. 남친은 아이 아빠임을 감춘 채 대학입시에 매달리는 동안 유미는 학업을 위해선 아이를 입양 보내야 한다는 고민에 놓인다. 이혼해 분가한 엄마 대신 유미가 업어키운 여동생은 이렇게 원망한다. “엄마들은 왜 항상 아기를 버려?”

영화는 10대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경직된 반응에서 나아가, 난임으로 고통받는 담임교사 희연(장윤주), 유미의 엄마를 통해 아이가 없거나 양육하지 않는 기혼여성에 강요되는 죄의식까지 읽어낸다. 한번 학교 밖에 쫓겨난 아이가 돌아오기까지 겪는 힘겨운 절차와 이들이 처한 복지 사각지대를 꼼꼼히 짚었다. 연대와 회복의 가능성을 끈질기게 파고든 결말 앞에 관객도 고민의 바통을 이어받게 된다. 그렇게 변화의 물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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