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관세 바탕 보호무역 강화 미국
아프리카 신규 시장 노리는 중국
달라지는 해운·물류 시장 예측해
韓 ‘허브’ 중심 유동적 대응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지 두 달여가 지나면서 해운 물류 시장의 혼돈 상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단순히 관세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에 보호무역 정책을 도입하고, 각종 무역협정을 재편하면서 세계 경제를 블록화하는 양상이다.
세계 해운업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심화하면서 국내 해운선사들은 새로운 무역 루트 개척과 동남아 지역 관계망 확대 등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환적 허브 항만으로서 기능을 키우고 새로운 ‘피더 서비스(Feeder Service)’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참고로 피더 서비스는 대형 선박이 접근하기 어려운 소형 항구와 대형 원양 선박 사이에서 소형 선박(Feeder선)을 이용해 연계 수송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정책과 해운산업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지지 속에 보호무역 정책은 의회 견제 없이 전면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10~20% 수준 보편 관세와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는 최대 60%까지 관세를 부과하려는 전략은 무역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러한 시도로 미국-멕시코 간 무역이 늘면서 북미 내륙 물류가 강화하는 반면, 기존 해상운송 비중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북미 수출입 기업이 새로운 해운 공급망 경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어 선사들은 아세안과 인도, 멕시코, 캐나다 등 항만과 협력 강화·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자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특성을 고려했을 때 유럽연합(EU)과의 무역은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서양 항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 중국과 교역이 줄면서 한-중-미 간 해운로는 축소될 수 있다. 이에 한국 해운은 인도나 아세안 등 대체 시장으로의 전략적 항로 조정도 고려해야 한다.

‘차이나 엑소더스’ 시나리오 - 중국 맞대응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응한 중국의 정책 변화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내수 중심 성장전략을 강화하고, 신흥시장과 협력을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
해진공은 “중국은 공급망 재편 속도를 높이고, 반도체와 첨단기술 국산화, 물류 인프라 및 해운 네트워크 확장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진공은 미국의 대(對) 중국 관세 압박이 지속하면 글로벌 공급망은 동남아와 멕시코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 경로도 조정되고, 미주항 물동량 일부가 동남아·중남미를 거치는 경로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해외 생산시설을 미국 내로 돌아오게 하는 트럼프 쇼어링(shoring)으로 북미 지역 내 생산과 물류 내재화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수입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은 해운업계 전반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해진공은 “미국 해운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기존 대서양·태평양 항로 운임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원양 선사들은 유럽·중남미 시장으로 전략적 전환도 고려하고, 대서양 항로와 아시아~북미 항로 간 선복 조정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동맹국 간 무역을 확대하는 ‘뉴 쇼어링’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의 뉴 쇼어링은 중국을 신흥국과 더 협력하게 만들고, 결국 아세안, 중동, 아프리카 교역량 증가로 이어진다. 해진공은 이런 변화는 한국이 물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진공은 “한국 원양 선사들은 새로운 무역 루트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과 신흥국 간 화물 운송이 증가하면서 한국이 환적 허브 역할을 강화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한 연근해·동남아 선사들은 “물동량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해당 지역과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한국 환적항 활용도를 높이고 중·단거리 신규 피더 서비스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