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을 진단하고 예측하는데 있어 혈액검사·심장초음파 등의 방식 대신 심전도(심장의 전기신호)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급성 심부전 환자의 장단기 예후를 정교하게 예측하는 기술이 개발돼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조영진·윤민재·최동주 교수, 응급의학과 김중희 교수 연구팀(세브란스병원 이찬주·강석민 교수 공동 연구)은 심전도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급성 심부전 환자의 장단기 예후를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를 통해 개발한 ‘ECG Buddy’라는 심전도 분석 솔루션(애플리케이션)은 휴대폰으로 심전도 사진을 촬영하거나 캡처해 입력하면 환자의 예후 분석이 가능하다. 이 솔루션은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받아 사용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건국대병원·대림성모병원·아주대병원 등에서는 병원시스템에 솔루션을 연동해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부전은 심장 이상으로 신체 조직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것으로 증상은 호흡곤란을 비롯해 극심한 피로감과 운동능력 저하, 부종 등이다. 심부전이 발생하면 치료를 받더라도 재입원, 사망 등의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심부전 진단과 예후 예측을 위해서는 혈액검사, 심전도, 흉부 X선, 심장 초음파 등을 비롯해 심장 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정밀 검사가 시행되는데, 시간·비용 등의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 현장에서 이러한 검사들이 충분히 활용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파장 형태로 기록하는 심전도(ECG) 검사 결과 4만7000여건을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 심전도 결과를 기반으로 급성 심부전 환자의 상태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심전도 검사는 비교적 간단하게 시행 가능하고, 저렴한 비용에 검사 결과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 특히 심장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활용성이 높다.
연구팀은 심장 쇼크, 심정지, 좌심실 박출률 감소 등 긴급한 심장 관련 지표를 숫자로 나타내는 AI 기반 정량적 심전도(QCG)를 통해 급성 심부전 환자의 예후를 정밀하게 예측하고자 했고, 분당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1254명의 급성 심부전 환자에게 이를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입원 중 심장 원인으로 인한 사망을 예측하는 데 있어 피검사(NT-proBNP)나 심초음파 좌심실 박출률 등의 바이오마커보다 연구팀이 개발한 AI 기반 정량적 심전도의 예측률이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정밀 검사 없이 예후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심부전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심전도 분석 결과를 간편하고 편리하게 예후 예측에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해 의미가 깊다.
한편, 연구진의 연구는 올해 7월 국제학술지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게재됐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