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비밀금고? 다 털렸다…돈 감추기 세계 1위 이 나라

2024-10-13

글로벌 머니

📈글로벌 머니가 만난 전문가

프롤로그

불평등, 시장실패, 조세피난처, 비이성적 투기, 금융버블…

해외 전문가를 인터뷰할 때 영미권 경제학자들한테서 듣기 어려운 말입니다. 그들이라고 전혀 입에 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스쳐 지나가듯이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신 효율, 성장, 성과 등을 좀 더 많이 입에 올립니다.

프랑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조금 다릅니다. 토마 피케티처럼 불평등이나 시장실패 등을 연구하는 학자가 적지 않습니다. 대서양 건너편 미국 학자들은 “유럽적” “가치적” “관념적”이라는 말로 피케티 등을 묘사하거나 꼬집곤 합니다.

그런데 2023년 전미경제학회(American Economic Association)가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John Bates Clark Medal)을 조세피난처와 불평등의 관계를 연구한 가브리엘 주크만 파리경제대학 교수에게 수여했습니다.

클라크 메달은 경제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한 40세 미만의 이코노미스트에게 주는 상입니다. 수상자 가운데 조셉 스티글리츠와 폴 크루그먼 등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상이 시장 효율 등과는 거리가 있는 조세피난처 연구자에게 수여돼 적잖이 놀랐습니다. 주크만 교수가 매경이 주최한 지식포럼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글로벌 머니가 직접 만났습니다. 조세피난처의 21세기 의미에 대한 주크만 교수의 진단과 전망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① 조세피난처의 새로운 얼굴

② 숨겨진 뭉칫돈의 위험성

왜 피케티 등 프랑스 이코노미스트들은 불평등이나 시장실패 등 영미권 학자들이 거리를 두는 주제에 집중하는지 궁금했다.

글쎄~! 이코노미스트가 연구해야 할 주제 가운데 불평등은 핵심이다. 불평등은 시장경제를 채택하는 곳이라면 발생한다. 오래된 숙제이기도 하다. 이런 불평등을 외면하고 경제학을 이야기한다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프랑스만의 지적 특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교환되면 모두가 행복하다’고 여기면 시장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라면 반드시 분배란 주제를 고민해야 한다. 게다가 경제학은 다른 별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상 현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저서『국가의 잃어버린 부-조세도피처라는 재앙(The Hidden Wealth of Nations)』에 쓴 조세피난처 기원이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대혁명 이후 프랑스 귀족들이 부를 스위스 등으로 가지고 간 것이 기원으로 알고 있었는데, 조세피난처 기원이 1차대전 이후라고 해서 적잖이 놀랐다.

경제 현상의 기원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귀족들이 재산을 가지고 도피한 일은 있다. 다만, 현대적인 조세피난처는 1차대전 이후 미국 등이 소득세를 누진세 방식으로 매기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소득이 많은 부호들에게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됐다. 그들은 피난처를 찾아야 했다. 그곳이 바로 스위스였다.

경제사(史) 교과서에 따르면 남북전쟁 시대인 1860년대에 미국에서 소득세가 한시적으로 부과되기는 했다. 하지만 미국이 ‘헌법을 개정해’ 소득세를 매기기 시작한 해는 1913년이었다. 이때는 소득을 구간별로 구분하지 않고 10% 미만 세율을 일률적으로 매기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우드로 윌슨 대통령 시절인 1917년 미국이 1차대전에 참전했다. 전비가 급증하면서 재정이 악화했다. 미 정부는 전쟁채권(리버티 본드)을 발행하면서 최고 77%(소득 100만 달러 이상)라는 세율을 적용해 소득세를 걷기 시작했다. 세율은 1919~24년 사이에 낮아져 최고 세율이 25%(10만 달러 이상)까지 하락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