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투신했다
철로엔 긴 웅성거림이
아가미를 수습하며
왜, 라는 묻기를 했고
산성비를 맞으며 무릎에 오르는 찬 기운으로 쇠락하던 하루 끝 별 그림자를 보며 이런 무리수에 몸을 던졌는지
이 세계는 가짜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으나 펄펄 끓는 물에서 진흙을 찾는 미꾸라지의 호흡이 침목에 아른거린다
현장에 널린 무관심으로
커진 상실의 면적
부검을 시작했다
메스로 배를 가르자
몰아치는 비린 파도
철평선鐵平線은 여전히 뜨겁고
먼 나라 뉴스는 관심 없었고
◇박용진= 2019.<시와반시> 소시집, 2022. <대구문학> 평론 활동 시작. 시집 <파란꽃이 피었습니다>가 있음.
<해설> “최근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연유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어쨌든 슬픔입니다. 그들의 아픔과 명복을 빌며 썼습니다.”라는 시인의 변을 놓고 시인의 왜? 라는 어떤 실마리를 물고기가 투신한 철로라는 배경을 두고 차근차근 원인을 찾아 부검해 들어가는 어떤 시적 치열성에 색다른 감동이 느껴진다. “이 세계는 가짜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으나 펄펄 끓는 물에서 진흙을 찾는 미꾸라지의 호흡이 침목에 아른거린다”라는 이 문장에서는 온몸으로 그것도 좌우로 몸을 구부리며 몸부림치는 미꾸라지의 처절하게 살려는 몸동작이 느껴져서 상실의 면적이 더 애처롭게 그려지고 있다. 특히나 마지막 연은 그 실체의 한 단면으로 주변을 따듯하게 보듬지 못한, 수수방관한 나에게 반성의 계기가 되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