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정신 나간' 한반도 외교 판세 : 푸틴이 김정은에게 무례했던 이유

2024-07-04

들어맞은 예상, 빗나간 바람

22대 국회 첫 본회의

출처-<굿모닝충정>

지난 글(링크)에서 22대 국회 구성이 향후 한국 외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했다. 글의 요지는 다음 같았다.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입법부와 임기 3년을 남긴 행정부 사이의 극심한 갈등으로 외교는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 이 예상이 틀리길 바랐다. 당연하게도, 우리 국가이익에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의 바람은 22대 첫 대정부질문에서부터 빗나간 듯하다.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지난 2일 열린 22대 첫 정치안보분야 대정부질의는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라는 표현이 모든 걸 삼켜버렸다.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당시 상황을 설명해 보겠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나눈 대정부질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총리님, 최근에 한미일 3국 ‘프리덤 엣지’라 하는 한미일 연합 훈련이 있었죠?"

"네"

"한미일 이 훈련은 아주 강화된 훈련이었어요. 알고 계시죠?"

"네, 다양한 훈련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미일 훈련이 강화되어서 한미일 동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거는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시는데, 다른 분이 생각하신다면 모르겠는데, 예비역 육군 대장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는 정말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예비역 육군 대장이 군을 잘 알기 때문에 (드리는 질문입니다. 지금) 한미일 동맹으로 가기 전 단계에요. 지상군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적을 상정해서 훈련했기 때문이죠. 그러면 한미일 동맹 가능하다고 봅니까? 일본과의 동맹?"

"저는 그런 것을 지금 이야기할 상황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안보 체제도 우리 국민들의 전체적인 컨센서스 위에 바탕을 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일본과 우리가 동맹 단계에 가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건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한미 간의 동맹을 더 강화하고 우리의 연합체제를 더 강화하고, 그러나 일본과는 적절한 수준에서 협력하고.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모처럼 총리님 아주 정확한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되 한일 관계는 개선하고 적절점을 유지해야지 동맹을 해서는 안 되는 거죠. 여기에 동의하시잖아요?"

"제가 그거 다 우리 대장님한테, 과거 대장님한테 배운 거 아닙니까?'

"네, 그래요. 허허허~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국민의힘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슬라이드 한번 올려주세요."

"6월 2일 날 국민의힘에서는 계속되는 북한의 저열한 도발 행위는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한다. 아니, 국민의힘 논평에서 어떻게 한미일! 일본과 동맹의 단어를 씁니까! 그리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한미일 자유주의 동맹을 이야기했습니다.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죠! 일본은 독도에 대한 영토적인 야욕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 어떻게 일본과 동맹한다는 겁니까!"

"... ....“ (침묵하는 한덕수 총리)

(사과하라는 외치는 국민의힘 의원들)

"사과하실 분은 국민의힘입니다. 국민의힘은 진정으로 국민께 사과하십시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끝없는 고성을 이어갔고, 결국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이 여파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의는 한반도 외교안보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모든 언론의 이목이 ‘정신 나간’이라는 표현에만 쏠리면서 정작 그 내용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김병주 의원에게 항의하는 국힘 의원들

22대 국회가 문을 열면서 법사위를 시작으로 하루에도 엄청난 국내 정치 이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치 고관여층조차도 한반도에서 어떤 외교안보 이슈가 있는지 따라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27일부터 3일간 제주 남쪽 공해상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 미국, 일본 연합 군사훈련이 진행되었다. 한미일 ‘프리덤 에지’ 연합 군사훈련은 해상, 수중, 공중, 사이버 등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다영역 훈련이다. 이는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가 미국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의한 정상회의에 따른 결과물이다.

‘프리덤 에지’라는 훈련명 또한 한미연합훈련인 '프리덤 실드'와 미일연합훈련인 '킨 에지'를 합쳐 만든 명칭이다. 한미일은 공식적으로 동맹(alliance)조약을 맺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군사적 동맹관계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함이

한미일 3국의

최초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에

참가하고 있다.

출처-<뉴스1>

이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김병주 의원이 말했던 것처럼 이 훈련은 한미일 공동으로 지상군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적을 상정하고 진행한 군사 훈련이다. 그러나 외교라는 건 적을 만들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게 아니라 최대한 친구가 되어 나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때문에 외교에서는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과 움직임을 우리가 아닌 상대가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항상 이 부분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오랜 기간 동맹 관계에 있는 한·미 양국도 아니고, 일본까지 합심하여 한·미·일 삼국이 공동으로 제주 남쪽 공해상에서 적을 상정한 연합군사훈련을 했다. 제3의 국가가 이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인식할까?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외교 지형은 이전과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질적인 변화 한가운데 있다. 문제는 그 변화가 안 좋은 변화라는 거다. 이에 한반도 외교 지형에 대한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안한 한반도 외교 안보

한반도 외교 지형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1. 남한과 북한의 관계

윤석열 정부 이후, 남북 관계는 그야말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위헌 판결이 하나의 변곡점이 되었다. 대북 전단 관련 법적 문제가 해결되자 남한의 민간 단체들은 날씨의 영향에 따라 올해 봄부터 본격적으로 소위 삐라 살포를 재개했다. 북한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5월 말 북한 김강일 부상의 담화 이후 오물 풍선 살포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서해 NLL 인근 GPS 교란 공격, 방사포 발사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에서 보낸 오물 풍선(좌)

윤석열 정부가 재개한 대북 확성기(우)

출처-<연합뉴스>

이에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 이후 처음으로 서해 완충구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진행하였으며, 6년여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점점 남북 사이의 무력 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

2. 동북아 외교 지형

지난 19일 푸틴 대통령은 24년 만에 북한을 공식 방문했다. 이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Comprehensive Stratrgic Partnersip)에 서명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 미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던 북한의 노선이 확실하게 중국과 러시아로 회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외교 방향을 회귀한 북한은 1960-70년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치며 이익을 극대화했던 자신들의 외교 경험을 최대한 되살리려는 듯하다.

지난해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이후, 급속하게 결속하고 있는 한미일 협력은 북한과 러시아의 이 같은 움직임에 명분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즉, 한미일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삼국의 군사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북한과 러시아는 한미일의 군사협력에 대응하기 위한 상호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

푸틴이 김정은에게 외교 결례를 범한 이유

푸틴은 역시 푸틴이었다.

역시 나라구!

BBC 보도에 따르면, 초기 푸틴의 방북 일정은 6월 18일부터 1박 2일 일정이었다. 그러나 푸틴의 전용기는 6월 19일 오전 2시가 넘어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홀로 순안 공항 활주로에서 푸틴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정성을 보여주었다.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한 푸틴과 환영하는 김정은

출처-

푸틴은 도착하자마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환대와 함께 준비된 숙소로 바로 이동했다. 결국 푸틴의 공식 일정은 도착한 당일 정오에 이루어졌고, 그날 저녁 바로 베트남 하노이로 떠났다. 24년 만에 이루어진 푸틴의 방북은 계획되었던 1박 2일이 아닌 당일치기가 된 것이다.

평소 정상회담에서 지각하기로 유명한 푸틴이지만, 이번에는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외교적 결례였다. 개인적 인간관계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하물며 모든 것이 사전에 준비되고 논의된 국가 정상 간의 만남이었다. 있을 수 없는 참사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정상이라면 이렇게 행동하기 어렵다. 그러나 푸틴은 크게 두 가지 경우에는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기도 한다.

① 자신이 주도권을 쥐어야 하는 경우

② 그런 행동을 통해 외교적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경우

예를 들면, 푸틴은 지난 2007년 러시아 소치에서 독일 총리가 된 메르켈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메르켈이 개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자신이 기르던 검정 리트리버 ‘코니’를 정상회담장에 풀어두었다. 일반적인 정상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메르켈 자서전에서 발췌한 사진이다.

그렇다면, 푸틴이 이번 김정은과 정상회담에서 외교 결례를 범한 이유는 뭘까? 푸틴은 왜 굳이 상대에게 무례한 ‘새벽 2시’에 도착했을까?

러시아 정부는 이번 방북의 정치·군사적 의미를 축소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러시아 대통령이 독재 국가인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이번 방북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세 단계나 격상된 관계가 되었다.

BBC 보도(링크)에 따르면, 러시아의 외교관계는 이렇게 다섯 단계로 분류된다.

‘선린 우호 관계 → 상호 신뢰하는 협력관계 → 전략적 동반자 관계 →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 전략적 동맹’

원래 ‘선린 우호 관계’였던 북한과의 관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것이다. 지금 러시아에게는 친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북한이 그 친구가 되어 주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인해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임에도 북한은 지속적인 도움, 특히 무기 지원을 해줬다. 이에 대한 외교적 답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 한반도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북한에 방문함과 동시에 그 뜻을 보여줘야 했다.

‘새벽 2시 도착’에는 그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다.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란

대다수 언론은 이번 북한과 러시아의 조약에서 4조항(article 4)을 주목하고 있다. 4조항은 상호 간의 군사적 협력을 약속하는 내용으로, 양국 중 어느 국가가 제3국으로부터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면 양국은 ‘유엔 헌장 제51조’를 언급하며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이번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마치 지난 1961년 북소 동맹 조약의 부활인 것처럼 분석한다.

새로 서명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들고 있는 두 정상

출처-<평양/TASS 연합뉴스>

확실히 이번 조약에서 상호 간의 군사 지원이 명문화된 것은 북한의 외교적 성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약의 형태가 ‘동맹’이 아닌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북한은 1961년 소련과 맺은 조약을 “동맹 조약”이라고 명명했다. 이후 2000년 러시아와의 맺은 조약은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이었다. 그것이 이번에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한에서 말하는 공식 명칭)”이 된 것이다)

‘동반자 관계’(Strategic Partnership)라는 것은 국제정치적으로 다소 모호한 개념이다. 그러나 이 개념을 외교 수단의 관점에서 '동맹'(alliance)과 비교해 보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동맹

‘전통적으로 두 국가 이상이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것’

동반자 관계

‘1990년 소련의 붕괴와 함께 탈냉전이 도래하면서 과거 군사 일변도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

특히, 동반자 관계를 뜻하는 'partnership'이라는 용어가 원래 경제·경영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 정치에서 다양한 행위자 사이에서, 비록 군사·안보 분야의 협력은 아니더라도, 경제·문화 교류와 같은 분야의 협력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외교 수단으로서 '동반자 관계'의 특징은 두 가지 정도로 도출할 수 있다.

1. 동반자 관계는 탈냉전이라는 국제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새로운 외교 수단 가운데 하나라는 점.

냉전 시기에는 대부분의 외교가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진영과 소련 중심의 공산주의 진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탈냉전 시기가 도래한 이후에는 진영을 넘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외교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가능한 많은 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외교 수단이 동반자 관계다.

2. 동맹은 군사·안보 분야의 협력이다. 동반자 관계는 단계는 다양하지만, 경제 분야가 협력의 공통 분모이다.

냉전 시기, 정치적인 이유로 과거 교류가 없었던 두 국가 또는 행위자가 경제를 매개로 ‘동반자 관계’가 되며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 그동안의 경제 협력을 고리로 정치·군사와 같은 고위 정치 분야의 협력까지도 도모할 수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우리가 보고 싶은 ‘군사적 측면’만을 확대해석 하기보다 이 외교 수단이 가진 의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푸틴은 지난 18일 방북을 앞두고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기 위해 상호 간 무역에서 결재를 루블화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대북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지점이다.

지난 27일,

단크베르트 러시아 수의·식물감독청 국장이

김수철 북한 수출입품질관리위원회 부위원장과

회담 후 악수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또한, 푸틴의 방북 직후인 지난 27일 러시아의 수의·식물감독청은 북한과의 농업 부문 협력을 통해 향후 러시아가 북한산 사과와 인삼을 수입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양국은 서로 처한 외교적 현실과 현재 동북아의 외교 상황을 고려해,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군사안보적 측면보다는 경제적 분야의 협력에 집중하면서 서로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리는 북한과 러시아의 외교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우리 정부는 오인(misperception)하지 말아야 한다. 벌써부터 우리 정부는 한미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를 시사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지난 27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를 향해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답게 처신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

출처-<연합뉴스>

우리 외교부 입장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반발할 수는 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제거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가 보고 싶은 부분만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특성을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북한 권력층을 연구하는 웹사이트 ‘노스 코리아 리더십 워치’의 대표 마이클 매든도 양국이 맺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그들의 협력은 기회주의적이고 거래적 성향이 강하다.’

다음으로, 우리의 외교 행태를 살펴보고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 한미일 관계를 ‘동맹’으로 지칭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이후 6월 말 진행된 ‘프리덤 에지’ 연합 군사훈련을 제3국,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한미일은 ‘동맹’이나 다름없다.

외교에는 상대가 존재한다. 러시아의 행태만 보고 무조건 비판할 게 아니라 상대 입장에서 우리의 외교 행태가 어떻게 보일지 고려하여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전략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아직 푸틴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사례가 이번 방북에서 엄청난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굳이 새벽 2시에 도착한 것이다. 실제 푸틴은 방북 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한-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

출처-<연합뉴스> 링크

현 외교 현실을 고려할 때, 러시아와 공식적인 외교 협상을 하기 어렵다면, 물밑으로라도 외교를 활발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

세상은 무 자르듯 옳고 그름,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 외교에서 그 기준으로 상대국을 대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모든 국가는 자신이 선이고 정의다. 각자의 입장이 있기 마련이다. 이 사실을 전제로, 상대국을 대해야 한반도에 평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부디, 윤석열 정부가 이를 새겨 들길 바라지만, 최근 보도된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을 보면,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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