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범죄 피해 소녀와 시간 보내" 엡스타인 이메일 공개돼

2025-11-12

미 하원 민주당, 셧다운 종료 맞춰 트럼프 연루 의혹 재점화

"그는 그 소녀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만하라고 했으니까"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성년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과거 밀접했던 관계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 하원 민주당이 12일(현지시간) 엡스타인이 생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피해자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언급한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정부 기능 일시 정지) 기간 동안 잠잠했던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이 재점화된 양상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트럼프가 내 집에서 피해자 중 한 명과 몇 시간이나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으며 "그(트럼프)는 그(성학대) 소녀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이메일은 엡스타인의 유산 관리인으로부터 하원 감독위원회가 제출받은 수천 쪽 분량의 문서 중 일부다.

이번에 공개된 이메일은 엡스타인이 2008년 플로리다에서 매춘 알선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이후 수년이 지난 2011년과 2019년에 작성됐다. 엡스타인은 2011년 4월 측근이자 연인이었던 기슬레인 맥스웰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아직 짖지 않은 개가 트럼프"라며 "한 피해자가 그(트럼프)와 함께 내 집에서 몇 시간이나 머물렀지만 (조사에서)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고 적었다. 이에 맥스웰은 "그 점에 대해 생각해왔다"고 답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닌 TV 예능 프로그램 스타이자 뉴욕의 유명 인사였다.

2019년 1월 엡스타인은 작가 마이클 울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물론 트럼프는 그 소녀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가 기슬레인에게 '그만하라'고 했으니까"라고 적었다. 이 메시지는 엡스타인이 재수감되기 직전, 그의 범죄 행각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던 시기에 남긴 것이다.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간사 로버트 가르시아(캘리포니아)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번 이메일은 백악관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그리고 엡스타인과 대통령의 관계가 어떤 성격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심각한 단서"라며 "백악관이 엡스타인 관련 자료를 은폐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 공방이 아니라 공적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증거가 공개될수록 국민은 대통령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다시 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부인해왔다. 그는 "엡스타인은 오래전 내 클럽 마러라고에서 일하던 마사지사를 스카우트하려 했고, 그 때문에 내쫓았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관련 의혹을 "민주당이 조작한 또 다른 정치적 사기극"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뉴욕과 플로리다 팜비치 사교계에서 자주 함께 어울렸지만, 2004년 전후 부동산 거래를 둘러싼 경쟁으로 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거리를 두었고, 엡스타인은 2019년 연방 구치소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맥스웰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NYT는 이번 이메일 공개로 트럼프 행정부의 '엡스타인 파일' 처리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이 모든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기존 약속을 철회하면서 공화당 내 분열과 극우 지지층 이탈이 발생했지만, 정부 셧다운 사태로 이슈가 한동안 잠복 상태였다.

특히 정부 셧다운 직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의 아델리타 그리할바(애리조나) 하원의원이 조만간 공식 취임하면, 민주당은 '엡스타인 파일 전면 공개 결의안'을 강제 표결에 부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향후 미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dczoom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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