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와 그물

2024-09-19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미주, 유럽같은 선진국은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 대단히 중하고 총을 든 그나라 경찰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니 우리나라보다 훨씬 자유롭고 국가(정부)가 시민에 대한 처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그런나라 사람 상당수가 중후진국에 대해 모든 면에서 자신들 나라보다 훨씬 치안이 불안정하고 처우도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과 공중윤리, 사회복지 등 여러 경우는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상황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선진국이니 다 좋을 것이라던가 중후진국이니 못할 것이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법이 엄하면 사람들이 법을 잘 지키고 나라가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범죄사회학이나 법논리상 맞지 않다. 강한 농약을 쓰면 병충해는 내성이 생겨 더 강해지는 것과 같다.

생각해보자. 국가사회의 안정, 평화가 강한 법, 감시와 규제가 엄한 경우여야 실현된다고 생각되는지. 미주유럽의 법이 엄하다거나 경찰이 강해보이는 것은 총기범죄와 위법의 대형화에 따라 환경적으로 맞추어질뿐 그 때문에 치안이 안정, 평화롭지는 않으며 오히려 총기가 없고 경찰도 총기를 거의 쓰지 않는 한국, 일본의 치안이 훨씬 뛰어나다.

법질서와 안정의 구현은 ‘엄한 법'보다 사법기관이 범죄자에 대해 예외없이, 빠짐없이 검거하여 처벌하고, 그 처벌 내용도 차별없이 이루어짐에 있다.

법이라는 규정, 사법기관(경찰, 검찰, 법원 등)이라는 그물에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참치나 고래같은 대형범법자는 술술 빠져나가고 미꾸라지 같은 잡범만 잡히는 그물이라면 누가 법을 신뢰하고 누가 법을 지키려 하겠는가?

미주, 유럽의 법질서의 확립은 이처럼 ‘예외없고 차별없는 검거와 처벌'에 있다. 범법자가 범죄를 구상, 시도할 때 고려하는 첫 단추가 ‘체포될 가능성'이고 두번째가 처벌을 훨씬 능가할 범죄수익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교통사범, 사회범죄가 크게 줄어든 이유중 하나가 공기관 및 일반인이 설치한 수많은 CCTV 때문인 점도 그 이유를 반증한다.

‘낮은 처벌, 낮은 공중질서의식이 문제'라는 지적을 하기 전에 누구나 예외없고 빠짐없이 범죄에 상응한 체포와 처벌을 받는다는 의식, 또 그것을 실현하는 사법기관의 공정, 정의가 제대로 작동될 때 나라와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안정과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홍민기 수필가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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