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급식업계 고용형태 분석]
신세계푸드, 10명 중 6명이 소속 외 근로자
삼성웰스토리, 간접 고용 비중 50% 달해
코로나 엔데믹으로 위탁 급식 사업장 수주 증가
단기 계약인 위탁 급식업 특성상 직접 고용 어려워
올해 구내 식당에 위탁 급식을 운영하는 급식 업체들의 파견·하도급·용역 등 소속 외 근로자를 고용하는 '간접 고용' 근로자 비중이 최근 3년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급식 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푸드와 삼성웰스토리가 각각 60%, 50%로 간접 고용 근로자 비중 1, 2위를 차지했다. 1~2년의 단기 계약이 대부분인 위탁 급식업 특성상 직접 고용이 어려운데다 코로나 이후 군채널, 대기업 생산시설 등 대규모 위탁급식 사업장의 수주가 늘어나면서 간접 고용(소속 외 근로자)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공시에 따르면 식품제조 및 유통, 베이커리, 급식, 외식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신세계푸드는 올해 3월 기준 전체 근로자 8,612명 중 직접 고용 근로자는 36.8%(3,167명), 간접 고용 근로자는 63.2%(5,44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조선업 평균 비중(63.9%)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2022년(58.2%)과 비교하면 5%포인트 증가했다. 간접 고용 근로자의 주요 업무는 ▲음식 서비스직 ▲청소 및 기타 개인서비스직 ▲영업·판매직 ▲식품 가공·생산직 ▲제조 단순직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식품 제조 및 유통사업의 경우 후발업체로서 다품목 소량생산을 5개의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각 품목에 대한 생산량의 편차가 크다 보니 인력을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해 협력업체를 활용해 운영하고 있다"며 "급식 서비스업의 경우 계절별, 시즌별 수요의 변화가 커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은 도급업체를 활용해 운영하고 있다. 간접 고용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회사에서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더욱 정확한 수요 예측을 통해 직접고용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위탁 급식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웰스토리의 간접 고용 근로자 비중은 전체 근로자의 50%에 달했다. 삼성웰스토리는 전체 근로자 1만3,822명 중 7,005명이 간접 고용 근로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간접 고용 근로자의 주요 업무는 ▲경영·행정·사무직 ▲음식 서비스직 ▲경호·경비직 ▲청소 및 기타 개인서비스직 ▲운전·운송직 ▲기계 설치·정비·생산직 ▲정보통신 설치·정비직 ▲제조 단순직 등이다.
삼성웰스토리의 간접 고용 근로자 비중은 2022년과 비교해 5.7%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삼성웰스토리의 매출이 최근 3년간 연평균 10% 이상 성장했기 때문이다. 삼성웰스토리의 매출은 2021년 2조3,023억원에서 2022년 2조6,565억원으로 15.4% 뛰었다. 2023년에도 2조8,63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매출이 성장했다는 건 그만큼 새롭게 수주한 급식 사업장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탁 급식 사업에서 대부분의 간접 고용 근로자는 '조리 보조원'이다. 급식 사업장이 많으면 당연히 조리보조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1~2년간은 파견직으로 고용하고, 계약 기간 2년을 넘기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속 근로자는 2022년 7,803명에서 올해 6,817명으로 줄고, 소속 외 근로자는 같은 기간 6,396명에서 7,005명으로 늘었다.
위탁 급식 사업을 펼치는 풀무원푸드앤컬처도 전체 근로자 수 4,906명 중 49.1%(2,408명)가 간접 고용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 고용 근로자의 주요 업무는 음식 서비스직이다. 간접 고용 근로자 비중은 2022년 42.4%, 2023년 47.2%, 2024년 49.1%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간접 고용이 증가한 것은 수주한 신규 위탁 급식 사업장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풀무원푸드앤컬처 역시 이 기간 연 평균 20% 이상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풀무원푸드앤컬처 관계자는 "신규 사업장 내 조리원 인력은 운영 주체가 바뀌더라도 해당 사업장에서의 지속 근무를 희망하는 게 보편적이다. 따라서 간접고용을 통해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직접 고용한 인력과 동일 처우 제공을 통해 제도적 차별을 방지하고 있으며, 일정기간 근무 후 직접 고용 형태로 전환하는 내부 제도도 운영 중이다"며 "따라서 조리원 직무에 대한 간접고용 형태는 현행의 운영 방식을 지속할 예정이며, 사업의 성장을 통해 직접 고용도 적극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위탁 급식 사업이 주력 사업인 현대그린푸드의 올해 간접 고용 비중은 44.3%였다. 간접 고용 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은 "위탁 급식 식수가 증가해 조리 인력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회사의 위탁 급식 매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0%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그린푸드의 간접 고용 근로자의 주요 업무는 ▲음식 서비스직 ▲경호·경비직 ▲청소 및 기타 개인서비스직이었다. 다만 현대그린푸드의 간접 고용 근로자는 대부분 자회사인 '현대캐터링시스템'(음식·서비스) 소속 정규직 근로자다. 이 외에 현대SNS(생산·시설·미화·경비 등), 신정HRM(물류) 등 26개업체 근로자다.
현대그린푸드의 고용형태는 지난해 수치만 공개됐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3월 기존의 현대그린푸드에서 인적 분할을 통해 신설된 법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할은 식품사업과 비식품사업의 경영 효율화를 목표로 진행됐다. 분할 후, 존속법인은 현대지에프홀딩스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신설된 현대그린푸드는 식품사업 부문을 담당하게 됐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파견이 아니라 도급 계약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법 위반 소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음식 서비스직이나 조리 보조원은 파견 근로자 사용이 제한돼 있다. 파견 근로는 특정 전문 직무에 대해서만 허용된다. 원청(주 계약자)과 수급(하도급자) 간의 계약에 의해 이뤄지는 도급 형태의 고용은 노동법상 허용된다. 다만 도급 계약에 따라 음식 서비스직과 조리보조원은 원청의 지시를 받지 않고, 수급자가 정한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도급 형태로 고용하더라도 실제로 원청이 수급자의 업무를 직접적으로 지시하거나 관리하면 불법 파견으로 간주될 수 있다.
현대캐터링시스템은 지난 2012년 현대그린푸드가 100% 출자해 설립한 업체로 현대그린푸드에 조리전문인력을 파견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현대캐터링시스템이 설립된 2012년 고용노동부는 현대그린푸드가 서울 아산병원과 울산 현대중공업의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100여명의 원청회사 조리사들이 위탁회사 조리보조원 560명에게 업무를 지시한 사실을 밝혀 내고 조리보조원들에 대한 직접 고용을 골자로 한 시정 명령을 내렸다. 고용부는 급식업체의 영양사들이 하청업체 조리원, 조리보조원들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관리·통제했기 때문에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봤다. 원·하청 간 파견계약을 맺지 않고 조리사들이 조리보조원의 업무를 감독·지시할 경우 파견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에 현대그린푸드는 조리보조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대신 현대캐터링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로 적을 옮기도록 했다. 또 정규직 조리사 전원도 현대캐터링으로 전적하도록 했다. 조리 업무를 완전 도급화해 아예 불법파견 요소를 없애겠다는 의도였다.
위탁 급식 사업을 영위하는 곳 중 간접 고용 근로자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아워홈이었다. 아워홈은 전체 근로자 1만1,663명 중 20.7%(2,412명)가 간접 고용 근로자였다. 다만 소속 근로자 중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39.3%로 2년 전과 같았다. 아워홈의 지난 3년 매출은 연평균 7%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아워홈의 식음료부문(위탁 급식, 외식) 매출은 약 1조1,17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동원홈푸드는 전체 근로자 3,297명 중 29.8%(982명)가 간접 고용 근로자였다. 간접 고용 근로자의 주요 업무는 음식 서비스직으로 2년 전과 비교해 간접 고용 비중은 26.3%에서 29.8%로 늘어난 반면,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45.5%에서 38.6%로 줄어들었다.
위탁 급식 사업보다 식자재 유통 사업 비중이 큰 CJ프레시웨이는 전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J프레시웨이가 직접 고용한 위탁 급식 조리원은 지난달 기준 4,100여명이다. 다른 급식업체와 마찬가지로 CJ프레시웨이도 2021년부터 3년간 매출이 연평균 17.6% 증가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위탁 급식 사업장의 조리원을 서비스 전문직(조리원)으로 직접 고용하고 있다"며 "조리원을 대상으로 맞춤 교육은 물론 여가 문화생활 등 복리 후생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급식업계의 고용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설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CJ그룹은 2017년부터 파견직을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했다. 이에 따라 CJ프레시웨이도 절반 이상이 55세 이상의 고령의 취업취약층인 조리원들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했다.
올해 6월 사조그룹이 인수한 푸디스트는 간접 고용 근로자는 없었지만,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높았다. 소속 근로자 3,343명 중 2,167명인 64.8%가 기간제 근로자였다. 푸디스트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연평균 18.8%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위탁 급식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간접 고용 근로자는 고용 유연성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고용 안정성, 근로 조건, 사회적 보호 측면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대기업의 직접 고용을 늘리기 위해 고용형태 공시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위탁 급식업계는 식당을 대행해 운영하는 급식업종 특성상 1~2년 주기로 개점과 폐점이 빈번해 간접 고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코로나 엔데믹으로 2022년부터 3년간 군채널, 대기업 생산시설 등 대규모 사업장의 수주가 늘어난 것도 간접 고용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위탁 급식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에만 식당이 있는 게 아니라 지방에 위치한 생산시설의 경우 오지에 있다. 산간 오지 식당에서 일 하는 사람을 구하려면 현지 인력업체에 맡길 수 밖에 없다"며 "회사도 직접 고용 늘리려고 하고 있지만, 조리 보조원들은 대부분 소속 된 직장인 개념보다 집 인근에 있는 급식 사업장에서 소일거리처럼 일하길 원한다. 수주와 재계약이 반복될 때 조리 보조원들은 먼 거리로 옮기지 않는다. 한 사업장의 급식업체가 변경될 경우 조리보조원들은 후발 업체로 고용 승계가 돼서 변경된 급식업체에서 근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위탁 급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위탁 급식업체들의 매출이 성장했다는 건 그만큼 새롭게 수주한 급식 사업장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업장이 많아지면 당연히 일 하는 조리 보조원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간접 고용 근로자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고 말했다.
급식 사업장은 위험 사업장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조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상, 절단, 넘어짐 등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간접 고용 형태는 사고 발생시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어 조리 관련 종사자들(대부분 50대 이상 여성)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위험이 증가한다.
실제로 사업체의 간접고용 비율이 두배 늘면, 산업재해 확률도 두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올해 2월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학술지 ‘산업관계연구'에 실린 권순식 창원대 교수(경영학)의 '고성과작업시스템, 자동화, 간접고용이 산업재해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사업체의 전체 직접고용 노동자 수에서 간접고용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산재경험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경험률은 사업체 안에서 업무와 관련해 사고 혹은 질병을 경험한 노동자 비율을 뜻한다. 권 교수는 논문에서 "간접고용인력을 널리 사용할수록 그 사업체 내에서 산재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사내 하도급 및 독립도급(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의 증가는 사업체 내 위험 관리 자체를 도급업자에 밀어버림으로써 외주로 인한 위험 가능성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정부는 사내 하도급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제대로 인지해 원청과 하청의 노사 주체들이 공동으로 안전을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인 내용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