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추도식 파행도 추도사 내용 때문…올해 의미있는 추도행사 기대
“한일중 회의, 미중 경쟁에서 유용한 기제…소다자협의체로 지속 발전해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1일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이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 “일본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있다면 강제징용 문제의 제3자 변제 해법의 지속가능성이 더 높이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도쿄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앞두고 일본 아사히신문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2023년 우리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 해법은 현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지금까지 2018년 대법원 판결 피해자 15분 중 14분이 판결금을 수령했을 만큼 당사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제3자 변제 해법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그 이후 우리정부의 입장 및 2018년 대법원 판결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방안”이라면서 “양국 최고법원의 판결이 상충하고 있고, 1965년 한일협정 체제와 2018년 우리 대법원 판결의 불일치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은 지난한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와 국민도 한배를 탔다는 심정으로 우리 노력에 동참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조 장관은 한일 간 합의해놓고도 양국이 각자 별도로 추도식을 여는 등 파행을 겪었던 지난해 11월 사도광산 추도식과 관련해서도 “일본측 추도사 내용이 우리가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협상 과정에서 국내 비판을 무릅쓰고 어렵게 합의한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정부가 추도식에 불참한 것이 일본정부 대표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 때문이라는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올해는 양국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 의미 있는 추도행사를 함께 개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 장관은 미국에서 트럼프 해정부가 들어서면서 미중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런 가운데 한중일 협력의 틀을 잘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전략경쟁의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이 있고, 그런 관점에서 한일중 협력의 틀이 유용한 기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앞으로 한일중 협력이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소다자 협의체로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일 협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일부 회의적 시각이 있으나 한미일 협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데 중요한 기제라는데 3국간 확고한 공감대가 있다. 국민적 지지도 튼튼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보수층에서 반중, 혐중 감정이 높아는 것과 관련해 한중 관계에 대한 향후 방침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조 장관은 “정부는 원칙에 입각한 대중 외교 기조를 토대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고, 정부 초기 양국 관계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으나 작년 두차례 정상급 회담과 세차례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올해 초 국회의장 방중 등 고위급 소통과 교류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중 양국은 올해와 내년 각각 APEC 의장국을 맡게 돼 이를 매개로 협력을 이어나가자는데 양국 정부간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이런 관계 개선의 흐름은 지속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최근 국내 일부의 반중 정서로 한중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 국내 정국이 안정되면서 차차 가라앉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한편, 조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황에서 외교 방침에 대해 “계엄령 선포가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고, 우리 외교와 경제에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지만 선포 후 즉시 해제됐으므로 실제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정상외교 공백이 초래한 사실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를 위해 저도 외교장관으로서 가능한 한 광폭 외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조 장관은 “다행히 외교현장에서 느낀 것은 우리 민주주의의 강인함과 복원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기대가 우려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라며 “이는 어려울 때 친구가 되어준 일본과 같은 우방국들의 성원과 지지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한다. 지난 1월 일본 내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방한해주신 이와야 외무대신의 우정과 용단에 각별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