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이 큰 경로의 원리

2024-07-08

 저항이 큰 경로 원리(PMR: Path of Most Resistance)는 직관과 거리가 먼 가장 저항이 큰 방향으로 접근하여 혁신을 도모하는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이다. 우리는 문제에 직면하면 익숙한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자동차가 멈추면 대부분 먼저 전화로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더욱 혁신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PMR 원리가 적용된 제품 성공 사례를 살펴보자. 1970년대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다리 없는 의자는 필수적인 다리를 제거한 혁신적 아이템이다. 초기에는 다리 없는 의자가 다소 낯설고 불편했지만, 지금은 식당, 카페, 스포츠와 같은 레저활동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모래나 흙 위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재료비 절감으로 경제적이고, 휴대성과 디자인 자유도가 높아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이템이다.

 이제 에어컨 사례를 살펴보자. 에어컨의 핵심 기능은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바람을 제공하는 것이다. PMR 원리를 적용해 이 바람을 제거한 무풍 에어컨이 탄생했다. 처음에는 소비자들에게 낯선 개념이었고, 전문가들조차 회의적이었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무풍에어컨은 바람이 없어 전력 사용 절감 혜택도 덤으로 얻을 수 있어서, S전자는 2016년 세계 최초로 직바람 없는 무풍 에어컨을 출시하여 2024년 기준 국내에서만 누적 판매량 1,000만 대를 넘기는 초대박 성공을 거두었다. 마찬가지로, 날개 없는 선풍기도 기존의 날개 제조사에겐 충격적이었지만, 베르누이 원리를 적용한 D사의 날개 없는 선풍기의 인기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먼지백 없는 싸이클론 청소기도 기존 시장의 강력한 저항에도 무선 청소기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경영전략 전문가인 김의찬 교수는 블루우션 전략에서 사칙연산을 응용한 ERRC, 즉 제거(Eliminate), 축소(Reduce), 증가(Raise), 창조(Create)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한다. 예를 들어, 다리 없는 의자나 무풍 에어컨 사례는 ‘제거’원리를 사용한 것이다.‘축소’는 냉장고 문을 분리하거나 모듈화하는 것과 같다.‘증가’는 프렌차이즈 방식처럼 기존 요소를 확장하는 것이며,‘창조’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접근법을 통해 기업들은 기존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PMR 원리는 기존 시스템에 ERRC와 같은 생각 도구를 적용하여 저항이 큰 방향으로, 즉 파괴적 변형을 시도하고 이를 통해 우연적 발견(aleatoric)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혁신적 방법이다. 이렇게 도출된 새로운 시스템(또는 프로세스)이나 제품(또는 서비스)는 편익 분석을 통해 장점을 면밀히 관찰하고, 마케팅 측면에서 이를 극대화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3M사의 3대 혁신제품인 포스트 잇은 1980년 의도치 않게 발견된 접착제를 활용한 제품이었지만, 성공의 일등 공신은 대규모 무료 샘플 배포로 진행된 마케팅 캠페인 덕분이었다.

 다리 없는 의자 사례에 PMR 원리가 적용되는 과정을 실습해보자. 먼저 전형적인 일반 의자를 구성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다리조립(앞다리 2개), 의자시트 1개, 뒷부분 조립(뒷다리 2개, 등받이 1개, 스트레처 1개). 이제 고객 만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속성을 도출해보자. 완성된 의자를 기준으로 구성요소를 하향 전개(세분화)했을 때, 최종 하부 단계가 속성이 된다. 예를 들어, 의자 앞 다리 2개, 의자 뒷다리 2개, 스트레처 1개, 그리고 등받이 1개가 PMR 적용 대상이 된다.

 다리 없는 의자 사례는 앞다리 2개와 뒷다리 2개를 제거한 것이다. 이 외에도 증가, 감소, 창조 원리를 적용하여 PMR을 찾는 연습을 해보자. 이러한 원리는 제품뿐 아니라 조직이나 프로세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국내 대형 마트의‘빼는 것이 플러스다’는 마케팅 문구가 새삼 기발하다. 평생학습의 시대에 저항이 큰 경로의 원리를 훈련함으로써 누구나 혁신의 선구자가 될 수 있다.

 송해근<전주대학교 미래융합대학 미네르바학부 교수>  (qicsong@jj.ac.kr)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