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따라 임직원들의 보상체계 손보기에 나섰다. 현금 100%로 지급하던 기존 방식에서 일부 혹은 전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채택한 방식이다.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TSMC의 보상체계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7일 임원에 대한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을 사내 게시판에 공지했다. 이에 따르면 상무는 성과급의 50% 이상, 부사장은 70% 이상, 사장은 80% 이상의 자사주를 선택해야 한다. 등기임원은 100%다. 해당 주식은 1년 후인 2026년 1월 실제 지급된다. 부사장 이하는 지급일로부터 1년간, 사장단은 2년간 각각 받은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했다.
성과급을 주가와 직접 연계해, 1년 뒤 주가(2026년 1월 기준)가 약정 체결 당시와 같거나 상승하면 약정 수량대로 받을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하락률만큼 지급 주식 수량도 줄어든다. 내년부터는 이 같은 초과이익성과급 주식보상제도를 일반 직원에게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직원들의 주식보상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직원의 경우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 지급 수량 차감은 고려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사내 공지사항 게시판에 ‘주주 참여 프로그램 시행 안내’를 하면서 이달 말 지급하는 성과급에 자사주 매입 옵션을 부여했다. 구성원들이 초과이익분배금(PS)의 최대 50%를 자사주로 선택해 보유할 수 있는 옵션이다. PS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기본급의 최대 1000%까지 지급한다. 자사주를 1년 보유하면 매입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추가 지급(프리미엄) 한다. 주주 참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구성원은 PS의 최소 10%에서 최대 50%까지 10% 단위로 주식을 선택할 수 있다.
TSMC는 주식 사면 보조금 지급도
기업들은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함으로써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 중시 경영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주가 하락 시 지급량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향후 1년의 성과에도 동기를 부여했다. 주가가 내려가면 손해를 보고, 오를 수록 성과급의 규모가 커지는 구조라서다.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것은 주요기업 중에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지급은 인재유출을 막기 위한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TSMC는 ‘인재 유출방지와 인재영입’을 내세우면서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보상(RSA)제도를 임원 전반에 실시하고 직원들에게는 자사주 매입 시 보조금을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TSMC는 2022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직원의 자사주 구매에 약 15% 이하 선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실시했다. 직전 해에 신입사원 이직률이 17.6%까지 상승하면서 급여 20% 인상과 연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2023년엔 RSA 296만주, 2024년 418만5000주를 발행했다.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 경우는 10억원 이하 기본급 외 수백억 원에 상당하는 금액은 주식으로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인재 부족이 만연한 상황에서 인재를 잡아두기 위해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해 이동하지 말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식만으로 인재를 붙잡기는 역부족일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이 부진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비해 올해에도 부족한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OPI는 기본급의 14%로 책정됐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 성과급 지급이 예상되며, 현재 노조 측은 사측이 제시한 1350%를 거부했고 이에 사측은 재검토에 나선것으로 알려졌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도 상당한 인센티브를 확실히 보장하면서 국제적으로 인재유치에 나서는 상황"이라면서 "실적이 부진한 삼성전자의 경우 하이닉스와 비교하면, 직원들에게 주는 보상이 훨씬 적다. 국외는커녕 국내기업으로부터도 인재를 지켜내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