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의 사소한 발견] 젓가락의 미학

2025-02-06

사람이 태어나서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고 끝까지 헤어지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까지 함께 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된다는 것, 부모와 자식이 되고 친구가 된다는 것을 잘 생각해보면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런데 기적 같은 만남을 이루고도 많은 사람들은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어떻게 해야 그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며칠 전 짜장면을 먹었다. 나무젓가락을 쫘악 자르면서 이번에는 힘조절이 잘되어 나무젓가락이 똑같이 이등분으로 잘라졌구나 하면서 그 시시한 만족을 느끼다가 문득 젓가락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를 듣고야 말았다.

나무젓가락의 입장에서 만들어지고 쓸모있게 사용된 후 버려지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니 거기에 진리가 있었다. 한몸으로 붙어있던 젓가락은 본디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 뿔뿔이 가지가 갈라져도 서로를 놓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젓가락으로 만들어지기 위하여 나무의 몸이 깎일 때 젓가락 두짝은 똑같은 이름으로 태어나기 위해 생사이별의 위기마다 잡은 손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완성된 젓가락은 하얀 종이 옷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쫘악 하고 뼈를 껶는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그렇게 나누어진 후에도 너는 너, 나는 나가 아니라 가까이 곁에 서서 가지런한 키로 숨결을 고르고 서로 협력하여 음식을 집어 사람의 입으로 가져가는 하나의 소명을 이룬다. 어느 하나가 삐죽 올라선다면 제대로 음식을 집을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에는 젓가락의 키를 맞춘다. 그렇게 음식을 집어나르는 자신의 일을 마쳐야 사람에게 펄럭이는 포만감을 줄 수 있고 그 다음에는 버려진대도 후회가 없다. 꼭 나무젓가락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철젓가락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개의 젓가락 중에서 길이가 맞는 젓가락을 찾아 짝을 맞춘다는 것은 참 의미가 깊은 것이다.

결국 사람의 일들도 그렇다. 특히 부부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치 두개의 젓가락이 한쌍이 되어 서로 마음을 맞추어 하나의 음식을 집어 나르듯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더 우월하거나 잘난 게 아니다. 서로가 존중하고 힘을 배분하여 협력할 때 만사가 형통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키우고 적재적소에서 살아가도록 힘을 모으셨던 것이다. 어느 한쪽이 방심하면 음식을 흘리듯이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을 소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우리 한민족은 손과 눈, 그리고 두뇌의 협업으로 재주가 많고 섬세하다. 젓가락으로 콩을 집는 그 행위는 놀랍고도 아름답다. 그러나 젓가락질은 둘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기에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편리하게 포크로 콱 찍을 수도 있지만 서로 반목의 관계에 있는 모든 이들은 아름다운 균형의 미학을 가진 젓가락을 사용하면서 젓가락 같은 포용과 협력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길 바란다. 비록 짜장면을 먹다 발견한 사소한 것이지만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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