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2025-02-27

“통신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고, 과점형태를 띄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2월 15일 비상민생경제회의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통신업계는 서슬프런 정권 앞에서 바짝 업드렸다. 집권 2년 차 용산의 힘은 막강했다. '법과 원칙'을 내세운 정부와 서초동 검찰의 사정 칼날은 매서웠다.

통신은 '이권 카르텔' 중 하나로 지목됐다. 급기야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세했다.

업계는 통신요금 인하 노력을 통해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했다. 태풍과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중간요금제도 도입했다. 제4 이통 선정 움직임에도 반대의견을 내지 않았다.

현 정부는 단통법을 통신 3사 이권 카르텔의 매개체로 간주한 듯 하다. 휴대폰 구입시 지원하는 소위 '그레이드'에 철퇴가 내려졌다. 단통법 폐지에 속도가 붙었다. 고착화된 시장 경쟁촉진이 취지였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 1일 휴대폰 구입시 지원금 차별을 규제하기 위해 시행됐다. 당시는 휴대폰 유통 성지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시장이 혼탁했다. '그레이드'에 따라 동일한 휴대폰 구입가격이 수십만원 차이났다.

통신사들은 10년 간 실정법을 따랐다. 하지만 이르면 내달 상당한 액수의 과징금 부과 대상에 올랐다. 이동통신 3사의 휴대폰 판매 장려금 담합 의혹 사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최종 판정이 예고됐다. 최대 5조5000억원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조사결과가 제시됐다. 사업자들은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주무부처 지침과 정책 가이드라인에 충실했는데, 한 순간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만약 당시 정부 방침을 어겼다면 어떠했을까.

이번 공정위 심결은 몇 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선 법적 안정성이다. 정부 방침에 따랐는데 외려 그것이 과징금으로 이어진다면 앞으로 정부 정책 협조에 대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주무부처는 방통위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라는 문구가 행정에 적용되는 것은 안정성을 해친다. 기업과 정부 관계도 애매해 진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에 따르면 관료제는 합리적 원칙에 따라 조직된다. 관료제 장점은 높은 예측가능성이다.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합법성 보장도 가능하다.

법은 물 흐르는 대로 가는 것이다. 시대와 환경 변화를 반영해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정권에 따라 물살이 급변한다면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재난 비용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은 기업대로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 지 알 수 없다. 공무원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무관 또는 서기관 시절에 만든 법을 고공단 공무원이 돼 폐지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부처와 부처 간 역할도 애매해진다.

정부와 관료 간 역할 정립도 힘들어진다.

현 정부 들어 공무원들의 사법 리스크 포비아도 커졌다.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결정을 최대한 미루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전 정부 색깔 지우기, 보복수사로 형사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정부에서 열심히 일했다는 것만으로 낙인이 찍혀 수사를 받거나, 영어의 몸이 되는 상황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행정고시를 패스한 우수 인재가 기업으로 탈출하는 게 현실이다.

김원석 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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