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사망 사고 내면 운수권 1년 배분 제한…공항운영증명 정례화 [항공안전대책]

2025-04-29

12·29 여객기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항 시설, 관리 제도는 물론 항공사 평가 체계까지 광범위하게 개선된다. 앞으로 공항 운영자들은 안전 운영 역량을 인증받는 ‘공항운영증명’을 5년 주기로 계속 받아야 한다. 참사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 방위각 시설, 종단안전구역, 조류탐지레이더도 제대로 갖춰 활주로 사고를 방지한다. 항공사들은 운항 시 사망자가 발생하면 신규 운수권 배분에서 1년간 제외된다. 운송사업면허 발급에 필요한 항공사 자본금 요건도 강화된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이와 같은 내용의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12·29 여객기 참사 이후 항공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자 항공안전 혁신위원회를 꾸려 개선 방안을 검토해 왔다. 정부가 종합적인 항공 안전 대책을 발표한 것은 샌프란시스코행 아시아나항공 착륙 사고가 발생했던 2013년, 저비용항공사(LCC) 안전 강화가 화두였던 2016년 이후 세 번째다.

방안은 공항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공항 관리 제도와 인프라 시설을 개선하는 데 방점을 뒀다. 우선 정부는 공항 운영사들이 5년마다 공항운영증명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지금은 최초 증명 발급 후 전면 재검사는 하지 않는데 앞으로 공항의 안전기준 적합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연말까지 공항시설 안전에 대한 중장기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공항안전관리 전문인력도 양성할 예정이다.

12·29 여객기 참사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적됐던 시설들도 고친다. 둔덕 형태에 있거나 콘크리트가 사용된 7개 공항의 방위각 시설은 지면 형태, 부러지기 쉬운 경량 철골구조로 개선한다. 제주를 제외한 6개 공항은 연내, 제주는 H철골 구조분석 후 변경할 예정이다.

전국 공항이 240m 이상의 종단안전구역을 확보하도록 하고, 어려운 경우 활주로 이탈방지 장치(EMAS)를 2027년까지 설치할 방침이다. 조류 탐지 레이더도 무안공항에 올해 하반기 시범 운용한 후 2026년부터 다른 공항에 순차 도입한다. 국토부는 국회에 시설 개선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총 2547억 원을 제출한 상태다.

항공사의 안전 관리·투자 강화를 위한 기반 마련도 이번 방안의 한 축이다. 특히 정부는 안전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먼저 신규 면허 발급 시 항공사의 안전투자 능력을 볼 수 있는 자본금 규모 상향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종환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현재 국제 여객은 자본금이 150억 원, 국내여객 및 국제화물은 50억 원 이상이면 되는데 이 기준은 2009년 이후 유지되고 있다”며 “자본금 규모를 다시 들여다 볼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운수권 배분 규칙을 개정해 사망자 발생 사고를 일으킨 항공사는 1년간 신규 운수권 배분 대상에서 원천 제외할 예정이다. 운수권은 항공 자유화가 돼 있지 않은 특정 국가를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가령 정부가 특정 국가와 운수권 협정을 새로 맺으면 심사를 거쳐 몇몇 항공사에 운수권을 배분하게 되는데, 사망자를 낸 항공사는 이 기회가 1년간 원천 차단되는 것이다. 다만 테러·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는 제외한다.

반대로 운수권 배분 시 안전성 평가지표 총점을 30점에서 40점으로 높여 안전 관리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보통 운수권 배분 때 1등 항공사와 맨 마지막 등수 항공사 간 점수 차이는 3~4점에 불과하다”며 “10점은 굉장히 큰 차이이기 때문에 안전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국적 항공사의 정비 기준을 강화해 비행 정비 시간을 늘릴 예정이다. 단·중거리 노선의 대표 기종인 보잉737·에어버스320F는 올해 10월부터 정비 시간을 7~28% 연장하고 연말부터 다른 기종도 새 기준을 적용한다. 최소 정비 인력을 산출할 때 적용되는 정비사 경력 기준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상향해 정비 인력의 수준도 높인다.

정부는 짧게는 올해 상반기(공항건설·운영 규정 개정), 길게는 2027년 연말(공항 EMAS 도입 등)까지 항공안전 혁신 방안의 세부 내용들을 이행해 나갈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여러 개선 과제들을 빠른 시일 내 제도화하고 시행해 항공 안전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겠다”며 “또 공항·항공사 특별안전 점검 등 안전감독을 면밀히 추진해 나가고 향후 사고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추가 보완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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