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홍삼이 A형 독감(인플루엔자)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규명했다. 홍삼의 면역 조절·바이러스 억제 효과 관련 연구는 나온 적 있지만, 독감 바이러스를 막는 구체적 기전을 밝힌 건 처음이다.
이상준 UNIST(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18일 이러한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고열·기침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호흡기 감염병인 독감은 매년 겨울을 중심으로 유행세가 이어진다. 올해는 A형(H3N2)을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빠르고, 강하게 확산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 교수팀은 이러한 독감과 홍삼의 연관성을 세포·동물 실험으로 들여다봤다. A형 독감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세포에 홍삼을 처리한 결과, 무처리 대조군과 비교해 감염 세포 사멸이 증가하고 바이러스 단백질 발현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해당 효과는 ZBP1이 존재하는 세포에서만 나타났다. 홍삼의 항바이러스 작용이 ZBP1 경로로 발현된 걸 확인한 것이다. ZBP1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비정상 세포를 인식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다.
연구팀은 정상적인 쥐와 ZBP1 결핍 쥐에 7일간 홍삼을 투여한 뒤 A형 독감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 정상적인 쥐는 다른 조치 없이 바이러스에만 감염된 대조군보다 폐 조직 손상과 염증이 줄고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다. 반면 ZBP1 결핍군에선 이러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홍삼이 ZBP1 기반의 세포 사멸 경로를 활성화해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제거한다는 점을 규명한 셈이다.

이들 실험 결과는 A형 독감 바이러스 감염 시 홍삼을 섭취하면 감염 세포 제거가 촉진되고 바이러스 단백질 발현이 억제되는 효과를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SCIE 국제학술지인 '미생물학 저널'(Journal of Microbi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상준 교수는 "홍삼이 과도한 면역반응 없이 안전하게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바이러스 별로 ZBP1 경로 사용 여부가 다르다. 향후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 모델에서 홍삼의 항바이러스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