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주 경계 넘나들며 아시아계 자영업자 빈집 털어"
한국계 식료품 체인점에서 범행 대상 물색 치밀함 보여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최근 미국 전역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이민자를 겨냥한 연쇄 절도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절도 조직 상당수가 남미, 특히 콜롬비아 출신으로, 한국계 식료품 체인점 등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등 치밀하고 기술적인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일하는 동안 절도범들이 빈 집을 털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전역에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자영업자들의 빈 집을 노린 연쇄 절도 사건이 확산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오리건주 유진시에 사는 한인 김 모(69) 씨 부부는 지난 8월, 평생 모은 돈과 결혼반지 등 귀중품을 모두 도난당하는 큰 피해를 당했다. 미국에 이민 온 지 45년이 넘은 김 씨 부부는, 식료품점 문을 닫고 밤늦게 귀가했다가 집안 곳곳의 서랍이 모두 비워지고, 숨겨 두었던 금고가 파손되거나 사라진 흔적에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김 씨는 "50년간 모은 꿈과 노력의 대가가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당시 사건은 유진 지역에서 시작된, 아시아계 이민자 가정을 대상으로 한 연쇄 절도의 첫 사례 중 하나였으며, 유사한 범행은 최근 플로리다, 위스콘신, 오하이오, 콜로라도, 펜실베이니아 등지에서도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이들은 짧은 기간 동안 한 지역에서 여러 가정을 노리고, 이후 다른 주로 이동하는 전형적인 '떠돌이 절도조직'의 수법을 따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콜롬비아 출신이 다수인 범죄 조직원들은 임시 숙소에 머물며, 낮 시간대에 집주인이 없는 틈을 타 빈 집을 털었다. 또한 H마트 등 한국계 식료품 체인에서 피해 대상을 물색하며, 아시아계 자영업자들이 낮 동안 집을 비우고 일한다는 점을 노려 범행 전 수일에서 수주에 걸쳐 몰래 집 주변을 관찰했다. 범행에는 신호 교란 장치 등 첨단 장비를 사용해 경보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등 정교한 수법이 동원됐다.

현지 경찰은 아시아계 이민자 가정이 현금 등 귀중품을 집에 보관할 것으로 여겨져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리건주 유진에서만 최근 2년간 22건의 아시아계 대상 절도 사건이 발생해, 피해액이 170만 달러(23억 원)에 달했다. 피해를 입은 아시아계 자영업자들 중에는 돈과 귀중품을 은행 금고로 옮기거나 고급 경보장치(유선 경보 등)를 새로 설치하고, 심지어 총기 소지를 고려하는 등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도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평생 모은 돈을 잃은 김 씨의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NYT는 기사 말미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김 씨는 열심히 일하는 1세대 이민자들을 노리는 범죄에 대한 '분노'와 은퇴 계획이 절망적으로 멀어졌다는 '우울감' 그리고 자신의 집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데 대한 '수치심' 등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