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단순 대응은 무의미…'위기회복 전담 C레벨' 선임해야" [서경 금융전략포럼]

2024-11-06

“글로벌 금리 인하, 저성장 장기화 등 거시경제부터 고령화와 공급망 재편 같은 구조 변화까지, 한국 금융은 예측이 불가능한 대변혁의 시대와 마주했습니다. 이제는 예측 가능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피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을 때 다시 정상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회복 탄력성을 가져야 합니다.”

이재원 EY한영 금융사업부문 파트너(전무)는 6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금융, 대전환 시대를 마주하다’를 주제로 열린 ‘제27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변혁의 시대, 한국 금융의 당면 과제’를 테마로 한 주제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변동성과 맞닥뜨린 한국 금융 산업이 갖춰야 할 역량으로 ‘복원력’을 꼽은 것이다. 한국 금융 산업은 미국 대선에서 ‘미국 우선주의’의 상징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사실상 완승하면서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파트너는 현재 한국 금융이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변화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우선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글로벌 저성장 장기화가 핵심인 거시경제 환경 변화를 꼽았다. 이 파트너는 “미국이 4년 6개월 만인 올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며 금리 정책 방향을 뒤집었다”면서 “하지만 시장은 추가 인하 폭과 횟수는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8% 성장하며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나타낸 만큼 추가 인하 동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 시 확대 재정과 감세 정책을 내놓겠다”고 일찌감치 예고한 만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이라고 월가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이 파트너는 “미국의 고금리 유지에 따른 고환율은 글로벌 불확실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중 패권 경쟁이 불러온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이에 따른 유가 급등락 등도 변화를 불러오는 큰 축이라는 게 이 파트너의 분석이다. 아울러 이르면 올해를 정점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될 수 있는 인구구조 변화와 인공지능(AI) 도입 확대도 변화 요소로 짚었다.

이 파트너는 복합적인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국내 금융 산업의 성장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보험∙카드∙증권 4개 업권이 지난 10년간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연평균 7%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며 “성장성이 벽에 부딪힌 금융사들이 제한된 시장을 두고 치열한 점유율 다툼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의 경우 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감소 추세이며 생명보험사는 금리 인하로 지급 여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 파트너는 “증권업은 (금리 인하로) 투자 수요를 끌어올 수 있지만 반면 저성장 지속은 투자은행(IB) 분야에는 부정적”이라며 “카드 업계는 금리 인하로 조달 비용은 낮췄지만 (경기 위축으로 인한) 소비 부진은 위협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 파트너는 금융사들이 이런 상황에서 생존과 성장을 이어가려면 단순한 리스크 대응이 아닌 회복 탄력성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측 가능한 요소에 대비해 위험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역대급’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조직 내에 ‘최고복원력책임자(CRO·Chief Resilience Officer)’를 선임해 경영 전반에 회복 탄력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복원력 전담 조직 구축과 물적 투자) 과정에서 큰 비용이 들 수 있지만 위기에 빠져 입는 손실을 감안한다면 분명 남는 투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실제 미국 보험사 메트라이프는 CRO가 세계 40개 나라에 진출한 현지법인들을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파트너는 ‘연결성 확대’도 변동성의 시대에 금융사가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이라고 봤다. 그는 “금융사들은 앞으로 자체적인 영업력만 갖고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금융사와 금융사 간, 핀테크 업계 사이의 협력은 물론 비금융사와의 제휴 확대도 현재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과 다양한 산업의 컬래버레이션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성장 동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절감한 비용을 다시 디지털 고도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AI의 금융 접목을 고도화할 인재 확보다. 이 파트너는 “JP모건과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있지만 AI 인재 채용은 오히려 규모를 늘리고 있다”며 “산학 협력으로 초기부터 인재를 육성하려는 해외의 노력도 국내 정부와 금융사들이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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