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홍성한 기자] “진짜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희 행복하게 잘 사는 걸 말이죠.” 오는 9월 치어리더와 응원단장이 부부의 연으로 맺어진다. 그 주인공은 김한나 치어리더와 김정석 응원단장. 서로 다른 종목, 다른 리그. 과연 어떻게 인연이 닿았을까.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7월의 어느날, 두 사람을 만나 행복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결혼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정석_예상치 못하게 기사가 먼저 나갔어요.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셔서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사실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거든요. 오히려 축하해 주시니까 기분이 엄청 좋았습니다.
한나_요즘 인사말이 다 결혼 축하예요(웃음). 경기장에 가면 팬들이 너무 많이 축하해 주셔서, 급기야는 화장실에서 양치하다가도 인사를 받았을 정도랍니다. 모두에게 감사해요.
연애는 얼마나 하셨나요?
정석_연애는 개월 수로 하면 1년 반 조금 안 되는 것 같아요.
첫 만남을 기억하시나요?
한나_제가 정석이의 존재를 처음 안 게 2019년쯤이에요. 어린 친구가 LG 트윈스 응원단장이 됐다고 들었거든요. 외모도 훈훈해서 주목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는 “그냥 귀엽게 생겼네?” 정도로 인지했죠.
정석_저는 그보다 더 전에 봤어요. 2017-2018시즌, 한나가 서울 SK 치어리더로 활동할 때였죠. 저는 응원단장을 꿈꾸며 스태프로 이것저것 배울 때였어요. 경기장에서 우연히 마주쳤고, 구내식당에서 맞은편에 앉아 밥도 먹었어요. 딱 한 마디 나눈 게 다지만, 한나는 기억을 못 하더라고요. 저만의 일방적인 첫 만남이었죠(웃음).
그 이후로 교류는 없었을까요?
정석_전혀요. 제가 여러 구단에서 일을 해봤는데 유독 한나와는 인연이 없더라고요. 한 번도 같이 일한 적이 없답니다. 그러다가 저희 둘과 친분이 있는 안지현 치어리더를 통해 인사를 한 번 하게 됐어요. 처음으로 마주 보고 인사했죠. 인스타 친구도 맺고. 마침 송종민 응원단장이 한나랑 같은 팀이라 다 같이 한번 모여보자, 이런 식으로 하면서 자리를 또 갖게 됐답니다.
한나_약간 의도한 것 같지 않아요(웃음)?
정석_의도했습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은 거죠. 하하.

고백은 어느 분이 먼저 하신 건가요?
정석_제가 먼저 했어요. 아주 흔쾌히 오케이 하더라고요.
한나_예상했어요. 배구 경기가 겹쳐 있던 때였는데, 끝나고 뭐 하냐고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그렇게 밥도 같이 먹고 술 한 잔도 하다가 금방 친해졌죠. 그렇다 보니 느낌이 딱 왔었어요. 대화가 되게 잘 통했거든요.
어떤 점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나요?
한나_저를 배려해 주는 모습이 제일 좋았어요. 그리고 결이 잘 맞았다고 해야 하나. 말하지 않아도 척척 통하는 느낌. 그래서 사귄 지 얼마 안 돼서 결혼하고 싶다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아요.
연애 시작 후 주변 반응이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한나_주변에서 자꾸 “남자친구 생긴 것 같은데 도대체 누구야? 라는 말을 많이 건넸어요. 그때까지 누군지 말을 안 했거든요. 여러 추측도 많았죠. 나중에 정석이라 밝히니까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정석_응원단장과 치어리더 커플이라니까 다들 정말 신기해하더라고요. 게다가 저희가 그전까지 아예 접점이 없었거든요. 심지어 안 믿는 사람도 있었어요. 같이 찍은 사진 보여주면서 “맞다니까” 하고 설명했죠(웃음).

바쁜 와중에 연애는 어떻게 하셨나요?
정석_제가 경기 따라간 적도 있고, 저희 둘 다 스케줄 근무다 보니까 모든 경기를 가는 건 아니잖아요. 생각보다 시간을 맞추기 쉬웠어요. 서로 가까운 데 살아 자주 볼 수 있는 여건도 됐죠.
한나_연애하면서 안 만난 기간이 손에 꼽을 정도예요. 바빠도 경기 다 끝나고 밤늦게라도 꼭 만났어요. 또 정석이가 경기 보러 몰래 많이 왔어요. 대전, 대구, 부산 가리지 않고요(웃음).
응원과 스포츠라는 공통 분모에서 만난 만큼 서로에 대한 공감대도 남달랐을 것 같아요.
정석_서로 같은 분야에 있다 보니까 말이 참 잘 통했죠.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도 비슷했고, 대화도 끊기지 않았어요. 서로에 대해 이해도 잘되고요.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한나_저도 그래요. 보통 스포츠 경기가 주말에 열리잖아요. 주말에 갑자기 행사가 잡혀도 이해해 줄 수 있는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서로가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볼 때면 어떤 마음이 드나요?
정석_최근 경기장에 자주 놀러 가는데 한나는 여전히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환하게 웃더라고요. 왜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인기를 얻는지 알겠더라고요. 존경심이 많이 느껴졌어요. 그냥 멋있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한나_저도 농구, 축구 경기 때 정석이를 보러 갔었는데 스포츠를 좋아하고 응원을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열정적인 모습이 멋있었죠.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도 들어요. 지금은 응원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일도 병행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좋아하던 일을 잠깐 쉬고 있으니. 그래서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러포즈에 대해서도 안 물어볼 수가 없습니다.
정석_주변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한나랑 같이 일하던 정가예 치어리더에게 슬쩍 부탁했죠. 치어리더 연습이 보통 월요일에 있어서 그날에 맞춰 장소를 잡아두고 데려와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쓱 데리고 와서 프러포즈를 완성했어요. 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안 울더라고요(웃음).
한나_저도 해명할게요. 뭔가 하겠지? 느낌은 왔는데… 제가 그날 좀 초췌했어요. 연습도 늦게 끝나고 화장도 안 돼 있었고, 그냥 운동복 입고 갔거든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꽃이 있고, 촛불이 켜져 있고, 스크린엔 영상까지…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눈물이 안 나고 멍하더라고요. 되게 예쁜 순간인데 ‘내 모습이 이래도 되나?’ 그런 생각만 들었어요. 결국 제가 아니라 동생들이 대신 울어주더라고요. 너무 놀라면 눈물도 안 나더라고요. 하하.
이렇게 평생의 연을 맺게 되셨습니다. 함께 어떤 모습을 그려나가고 싶으신가요?
정석_하루하루 재밌게, 점 찍듯 살아가다 보면 나중엔 그 점들이 이어져 선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거창하진 않아도, 매일매일이 서로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행복하게, 막 엄청 풍족하진 않더라도 말이죠.
한나_난 풍족한데? 전 이미 행복합니다(웃음).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한나_제가 서운한 일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꿍해 있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잘못했음에도 ‘먼저 풀어주겠지?’ 하고 기다리는 사람인 거죠. 사실 속마음은 전혀 아닌데 말이에요. 다가와 주면 마음 풀어지니까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부분에서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정석_한나가 진짜 좋은 게 고맙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해줘요. 그 말이 정말 힘이 돼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그 고래예요. 너무 좋고 계속 옆에서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응원해 주시는 팬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석_한나 덕분에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저를 모르셨던 분들도 축하해 주시고 기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 축복 덕분에 저희는 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경기장이든 어디든, 응원이 필요한 모든 분들께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한나_팬들이 종종 우스갯소리로 “누나, 결혼하면 은퇴해요?”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럴 때마다 “영원히 할 건데요?”라고 답했거든요. 그런데도 막상 결혼 소식을 전했을 때 아쉬움보다 축하를 많이 해주시고, “둘이 이미지가 비슷해서 잘 살 것 같아요” 같은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진짜로, 저희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요.

#사진_유용우 기자, 김한나 치어리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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