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폼 시대, 스낵의 생애는 ‘한입’으로 결정된다

2025-11-29

초단기 유행의 연속

‘체험’과 ‘인증’이 성공 요소

요즘 과자 시장은 돌풍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초단기 유행의 연속이다. 어제 틱톡에서 화제를 모은 과자는 오늘이면 조용해지고, 품귀 현상이 벌어지던 제품도 3주 뒤에는 더 언급되지 않는다. 계절을 장악하던 ‘대박 과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방금, 뭐가 지나갔는데…

최근 스낵의 생애 그래프는 한 줄의 파동처럼 짧고 굵다. 그 중심에는 쇼트폼 콘텐츠가 있다. 과거에는 신제품 과자를 사 먹는 것이 일종의 실험이었다면, 지금은 유튜버의 한입 먹방, 틱톡 리뷰, 인스타 릴스 개봉샷만으로 소비자는 맛, 식감, 크기까지 머릿속에 그려내고 구매를 단 몇 분 만에 결정한다. 영상 몇 개만으로 이미 ‘선행 시식’을 끝낸 셈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지석씨는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뜬 제품을 고르는 사람들이 늘었다. ‘나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열기가 오래가지는 않는다. 수요가 갑자기 몰렸다가 갑자기 빠지기 때문에 공급 예측도 실시간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조사들은 시제품을 내고 즉각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형 출시’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제품에 새로운 경험값을 더해주는 ‘스핀오프’ 전략도 일반화됐다. 국내 한 제과업체 관계자 구본석 부장(가명)은 “특정 재료가 붐이라고 하면 컬래버, 패키지 리뉴얼, 사이즈 변경 등으로 기존 제품을 변형해 의도적으로 ‘제2의 피크’를 만든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속도전에서 살아남는 제품은 대체로 ‘체험’과 ‘인증’을 전제로 한다. 롯데웰푸드의 칸초는 ‘내 이름을 찾아라’ 캠페인으로 주목받았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과 가족,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을 찾아 인증하는 놀이 문화가 형성되면서 제품은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여기에 인플루언서의 영향력도 크다. 신제품의 첫 반응이 틱톡·인스타 릴스 등 쇼트폼 플랫폼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먹어본 사람’ 후기보다 ‘찍기 좋은 사람’의 콘텐츠가 빠르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 다른 제과업체 관계자 윤현준 차장(가명)은 “단순히 맛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열어보는 순간의 표정, 사진·영상 속 색감, 먹는 방식 자체가 재미가 되어 자연스럽게 공유된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맛만 좋은 제품보다 보는 재미, 참여 재미, 공유 재미가 겹겹이 쌓인 제품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구하기 힘들대”에 불타는 화력

여기에 ‘한정판’이라는 글자가 더해지면 효과는 배가된다. 짧은 시간 동안만 경험할 수 있다는 희소성과 ‘지금 놓치면 다시 못 산다’는 즉시성이 소비자의 참여와 공유를 촉발하며 제품의 존재감을 순간적으로 극대화한다. 오리온이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협업해 선보인 ‘비쵸비 국립중앙박물관 에디션’이 대표적이다.

다만 한국 소비자층은 글로벌 시장과 달리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웰빙과 브랜드 신뢰도를 중시하는 편이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는 맛있으면서도 죄책감이 덜 드는 ‘플러스알파’ 스낵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크라운제과의 말차 스낵 시리즈는 ‘부담스럽지 않은’ 간식에 대한 수요를 포착한 좋은 사례다. 말차의 진한 풍미를 활용하되 당도를 낮추고 원재료의 효능 이미지를 더해 MZ세대가 선호하는 건강, 취향, 인증 요소를 모두 갖춘 스낵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같은 소비 특성은 국내 시장에서 단순 신제품만으로는 만족을 주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제과업계가 프리미엄화 전략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는 익숙한 스테디셀러에 고급 원재료와 세련된 패키지, 이야기 구조를 추가해 소비자에게 더욱 완성도 높은 경험과 만족감을 제공하려 한다.

이소연 소비심리학 박사는 “틱톡 시대의 과자 시장은 초단기 바이럴과 장기적 소비 가치가 충돌하는 무대다. 소비자는 순간의 웃음과 인증을 즐기지만 결국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맛의 신뢰성과 제품이 주는 서사적 경험”이라며 “때문에 건강, 시각·청각적 즐거움 등 다양한 경험이 결합한 제품들이 앞으로도 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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