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의대생 ‘3월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정원 동결을 약속하자 전국 의과대학 학장들이 학생 복귀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다수의 의대가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복귀 호소문을 보낸 데 이어 연세대 의대는 미복귀 학생들을 제적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대학 모두 회유와 압박 수위를 동시에 높이면서 의대생들 사이에도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재영 연대 의과대학장은 일부 지도교수들에게 서신을 보내 “이달 24일 이후 추가 복귀 일정은 없다”며 “학생들이 마지막 시한 내에 학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달라”고 호소했다. 최 학장은 또 복귀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등록 후 휴학 시에는 유급, 미등록 후 휴학 시에는 제적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복학 신청 마지막 날인 21일까지 미등록한 휴학 신청자에게는 24일에 일괄적으로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올해 학생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제적 카드를 꺼내든 것은 연대 의대가 처음이다. 연대 의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대에 정해진 기간 안에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제적할 수 있다는 학칙이 존재하지만 지난해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실제 전국 39곳 신입생 3111명 중 유급이 153명, 제적은 311명에 그쳤고 이마저도 제적생은 대부분이 동맹 휴학이 아닌 ‘반수’ 자퇴로 발생한 것이다.
타 의대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순천향대·전남대·가톨릭관동대 등 다수 의대 학장은 교육부가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한 후 10일 일제히 복귀 호소문을 발표했다. 일부 지역 의대에서는 의대 학장단이 직접 의대생 기숙사까지 찾아가 수업 복귀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대 의대는 다른 의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4월 28일로 미뤘던 개강 시점을 3월 24일로 다시 앞당겼다.
의대 학장들이 직접 학생들 복귀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은 지금까지는 없던 장면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의대 교수들 역시 ‘집단 사직’을 거론하는 등 정부의 증원 정책에 대해 크게 반발하던 상황이었다. 교육부도 ‘학사 유연화’ 조치를 통해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를 막았다. 하지만 7일 교육부가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을 약속하고 의대 학장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장들도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2024~2026학번이 동시에 1학년이 되는 ‘트리플링’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정부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실상 의대 증원 정책을 철회한 만큼 의대생들도 복귀로 화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의대생들을 향해 “이제는 반드시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 지난해와 같은 학사 유연화 등의 조치는 더 이상 없다”고 압박했다. 교육부도 이날 의과대학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단체행동 참여를 강요한 사례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주호 장관은 특히 직접 휴학 의대생들의 복귀 인원을 집계하는 ‘의대 현황판’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대학 모두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굳건했던 의대생 ‘단일대오’에도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1년을 넘어서는 장기 휴학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늘고 있을 뿐더러 올해 신입생들의 경우 증원을 알고 입학한 만큼 휴학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연세대 의대 신입생들의 경우 지난주 대부분 수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소재의 한 의과대학 신입생은 “선배들 눈치에 휴학계를 마지못해 냈을 뿐 수업에 복귀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