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일제히 하반기 실적 반등을 예고했다. 재고 탓에 상반기까지 침체했던 시장이 바닥을 찍고, 본격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인피니언·NXP·ST마이크로·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르네사스·온세미 모두 3분기(7~9월) 실적이 전분기 대비 성장할 것이란 전망(가이던스)을 제시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내놓은 것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 1~6위 기업이 일제히 실적 회복을 자신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 6개사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ST마이크로가 전분기 대비 14.39%의 높은 성장률을 제시했다. NXP(7.67%), 인피니언(5.3%), TI(3.9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 업계가 상반기 실적 부진을 털고 반등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는 완성차 업체와 1차 부품사의 보수적 발주로 전년 대비 매출이 줄어들었다. 코로나 19 이후 이어진 공급망 불안과 장기화된 재고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경기 둔화와 보조금 지급 종료로 인해 부진했고, 유럽에서도 경기 둔화가 자동차 수요 약세가 이어진 게 차량용 반도체 회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반전이 예상된다.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수요 회복의 신호가 감지돼서다. 업체들은 전기차(EV),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등 고부가 제품군을 중심으로 신규 프로젝트가 속속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ST마이크로 경우 전력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센서 등에서의 폭넓은 수주 확대를 예상했다. 장 마르크 셰리 ST마이크로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매출은 경기 회복과 맞춤형 고객 프로그램 덕분에 전분기보다 늘고, 연간 실적 개선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NXP도 실적 개선을 발목 잡던 서구권 1차 부품사들의 재고 소진이 종료돼 가고 있다면서 SDV 투자 확대 움직임이 차량용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피니언 경우 고부가 영역 중심의 신규 프로젝트와 대규모 설계 수주로 성장을 전망했다.
윌리엄 리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일부 재고 조정과 지역별 수요 변동이 이어지겠지만, 재고가 정상화되고 수요가 안정되면서 회복 조짐이 나타날 것”이라며 “2026년까지 EV·자율주행·SDV 확산이 새로운 성장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